“건강한 아이 낳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의료진께 감사”

미등록 외국인 신분에 건보 혜택 못 받아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이 치료비 온정
이길여 총장 박애 인도주의 정신 밑거름
▲ 최근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과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 관계자들이 치료비 지원 대상인 베트남 이주여성 A씨, A씨가 이 병원에서 낳은 아기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길병원

 

출산 예정일을 닷새 앞두고 코로나19에 확진된 베트남 이주여성이 가천대 길병원에서 무사히 아들을 출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갑작스러운 격리 과정에서 발생한 치료비는 길병원이 인도주의적 봉사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 후원금으로 지원됐다.

10일 길병원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베트남 이주여성 A(30)씨는 지난달 23일 기침 등 증상을 느껴 남편 B(35)씨와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같은 달 28일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있던 A씨 부부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길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A씨는 25일 3.07㎏의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다행히 태어난 아기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문제는 아이의 격리 비용 등 감당할 수 없는 치료비였다. A씨 부부는 코로나19 확산과 임신으로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미등록 외국인 신분으로 국내에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들 부부가 치료비 등 수백만원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길병원은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 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부부를 돕기로 했다.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은 2020년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국제라이온스협회가 수여하는 인도주의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3억원을 길병원에 봉사기금으로 기탁한 것을 계기로 창단한 봉사조직이다.

A씨는 “원래 다니던 병원에선 출산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길병원에 실려 올 때는 아기에게 이상이 생길까봐 두려움에 떨었다”며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준 병원 관계자 분들과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의료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은혜를 잊지 않고 살겠다”고 전했다.

박국양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 단장은 “언어와 치료비 등 여러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감염 산모가 무사히 출산을 하게 돼 다행”이라며 “이길여 총장님께서 박애와 봉사, 애국 설립 이념 실천으로 받은 상금이 이렇게 또 다른 사랑을 실천하는 원천이 됐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한편 길병원은 코로나19 중증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180명의 확진 산모를 치료했으며, 이 중 90명은 병원에서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