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순 서양화가(전 매탄2동 주민자치위원장)
▲ 조영순 서양화가(전 매탄2동 주민자치위원장)

중앙정부로부터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나 일정한 지역주민이 지역 환경과 특성에 맞게 자율성을 가지고 지방행정 사무를 처리하는 지방자치제도가 1991년 부활해 벌써 30년을 맞이하고 있다. 주민자치의 근간은 분권과 주민의 능동적 참여가 핵심이다. 수원시는 일선 조직인 동 단위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2019년도에 8개 동을 주민자치회 시범 동으로 선정하고 2년간의 운영과정을 거쳐 주민자치회로 전면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2015년도부터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시작해 사무국장을 지내고 2019년도에 시범 동의 자치회장을 맡아 운영했다. 자치회 출범 초기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민자치회의 성장과 진통 그리고 한계까지 많은 고충을 겪으며 고민했던 경험으로 수원특례시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에 따라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근린자치의 문제다. 동 단위로 운영되는 주민자치의 한계는 다양한 주택 형태와 지역 특성 등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주민들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수동적 형태를 띈다. 나의 생활과 상관없이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상충하는 등 주민자치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두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분과 단위를 변형하거나 세분화해 지역 문제나 공동 이해관계의 공동체로 근린지역을 묶어 그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는 저변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두 번째는 주민참여와 거버넌스 문제다. 흔히 거버넌스란 행정의 주체와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의 만남을 이야기하지만, 대표성이 없는 한정된(관변단체 중심) 사람들로만 이뤄지는 그들만의 리그로 논의되고 결정되는 한계를 피하지 못한다.

좋은 거버넌스란 특정인들과의 산발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나이별, 지역별, 계층별 다양한 참여로 저변을 확대해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의견 개진과 의사결정을 통해 대안을 찾는 부분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특정한 그들만의 목소리로 결정되는 주민이 없는 주민 회의도 마찬가지다.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인 주민총회가 대표성 없는 단체원들 중심으로 그들만의 폐쇄적인 총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세 번째로는 자치회 운영 능력과 효율성이다. 주민이 자치적으로 계획하고 주민참여 및 소통, 의견수렴, 사업실행, 의사결정, 마을총회까지 일련의 책임 있는 사무가 방대해 상시 근무자나 사무국장 등 계획이나 실행능력을 갖춘 사무국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자치위원들의 현실은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시근무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주민자치 계획은 공무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과거부터 논의되던 자치회 공익성 수익사업도 현실적이지 않고 예산이나 인력 운용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과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본격적인 주민자치 시대를 앞두고 자치회의 인적 구성이나 운용능력이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결국 주민자치회 조기정착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주민이 주인인 자치시대에 주민이 없는 주민자치 또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주민자치 실행을 위해 근본부터 다시 살펴보고 재조명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조영순 서양화가(전 매탄2동 주민자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