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돈 문제 발목, 타산지석 삼아야

경기·강원·충청은 설립 무산
법 검토 미흡·금융당국 불협조
초기 출연금 모금 실패 등 이유

인천, 예금 比 대출 비율 높아
지방은행 대부분 여신 의존
빅테크 등장에 돌파구 고민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경기도민은행 설립 추진은 그의 당선에도 3년 만에 무산된다. 끝은 그랬어도 시작은 그럴싸했다. 옛 경기은행(1998년 한미은행이 인수)처럼 지역에 기반을 둔 가칭 경기도민은행을 설립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도지사 첫해 은행설립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 자금을 모아 셋째 해에 은행 설립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 뒤따랐다.

2015년 개최된 ‘인터넷 은행, I-Bank 설립방안 공개토론회’. /사진제공=경기도
2015년 개최된 ‘인터넷 은행, I-Bank 설립방안 공개토론회’. /사진제공=경기도

▲제도적 장벽, 금융당국 무관심 등 장애물

경기도민은행은 남 지사 취임 6개월여 뒤인 2015년 1월 인터넷 전문은행 '아이뱅크(I-BANK·가칭)'로 이름을 바꿨다. 그런데 지방은행이든 인터넷 전문은행이든 해보려고 해도 관련 법령 개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산업자본의 진출 허용과 관련된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기도 어렵고 지자체의 은행업 참여를 금지하는 현행 은행법 개정도 손대기 힘들었다.

특히 지방재정법(18조)을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적 근거 없이 출자·출연기관을 만들 수 없도록 했다. 경기도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려면 모법(母法)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모법이 없으면 예산 출자를 근본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경필 지사 시절 담당 부서는 관련 법률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했다고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제도적 장벽과 미흡한 준비 단계. 경기도민은행과 아이뱅크가 태어나지도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배경이다.

강원 지방은행은 지난 2011년 당시 새내기 도지사였던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역점 추진 사항이었다.

강원 지방은행 경우 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지방은행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본금 500억원을 비롯한 초기 출연금만 1000억원 이상 손에 쥐어야 했다. 초기 출연금을 해결해도 수익 발생 방안이나 고도의 정치적 지원 등이 산적해 있었는데, 결국 강원도는 초기 출연금 모금부터 실패한다. 강원도는 “금융당국과 정치권 비협조”가 지방은행 무산의 직접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충청권에서 추진한 충청은행도 마찬가지로 초기 논의는 열정적이었으나 금융당국 협조 불발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은행 전쟁시대 속 지방은행 위기론

금융계 말을 들어보면 지역 경제난에 더해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기업이 등장하며 지방은행은 생존 위기까지 고민하고 있다.

지역 자금의 중개와 중소기업 지원, 지역인재 채용 등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지방은행 역할은 크다고 해도 변화한 금융 환경 속에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결국 망할 수밖에 없는 '은행'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성 지표와 총자산성장률은 2017년부터 시중은행보다 악화하기 시작했다. 지방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6년 7.24%에서 2017~2020년 평균 6.3%로 떨어졌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 확산 등 영향으로 대출 자산이 증가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부산·경남은행 등 주요 지방은행의 순이익이 늘었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017년 '거점지역별 경제 전망과 지방은행 신용등급의 방향성' 보고서에서 “지방은행 자산건전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방은행이 거점지역에 대부분 여신을 의존하고 있고, 지방경제가 지난 수년간 부침을 지속하고 있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존 지방은행이 서울을 포함해 최근 수도권 진출에 열중인 점도 이 때문이다. 지역경제 침체 등 이유로 자체 수익성이 하락하자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기 위해 수익 기회가 많은 수도권으로 진출을 늘리는 추세다.

이후 인천은행이 설립된다고 해도 성격이 비슷한 영호남 지방은행들과 경쟁하는 구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 대구, 제주은행이라고 금리 등 대출 부분에서 인천 고객을 크게 차별하는 건 아니다.

▲전국 최고 '예대율', 대출 빨간불일까 파란불일까

인천은 최근 몇 년 동안 전국에서 금융기관의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인 예대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다. 2016년 125.6%로 17개 시도에서 가장 높은 예대율은 보인 인천은 2021년 5월 기준 127%로 역시 전국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높은 예대율은 지방은행 설립 당위성에 득이자 실이다. 우선 예금은행 예대율이 높은 현상은 그만큼 예금은행을 통한 지역 자금중개 기능이 원활하다는 의미다. 이미 인천에 진출한 은행들이 자기 할 몫을 하고 있다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동시에 높은 예대율은 역외 유출 문제도 안고 있다. 지역 내 금융기관이 대출을 통해 공급한 자금이 생산, 소비, 투자 등으로 순환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예금으로 돌아오지 않고 역외 지역으로 유출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인천연구원은 지난 1월 내놓은 '(가칭)인천이음뱅크 설립 타당성 자료'에서 “전국적으로는 부유층이 많은 서울의 자금이 타 시도로 유출되고 있고 특히 인천은 그 경향이 강하므로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지방은행 설립의 명분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이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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