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인으로 확정되었다. 1위 48.56%(윤석열), 2위 47.83%(이재명), 0.73% 차이의 초박빙 결과를 두고 표심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이대남'과 '이대녀'로 구분하며 20대 표심을 분석하기도 하고, 여전히 지지율 40%를 넘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교체 대상이 되었다는 것과 10년 주기로 정권이 뒤바뀌던 전례가 깨졌다는 것 등 해석이 다양하다.

지난 20대 대선은 우리에게 희망이 아니라 숙제를 수두룩하게 남겼다. 최근 선거를 치렀던 미국, 노르웨이, 독일은 '기후위기'가 주인공으로 주요 사회의제들이 표출되었는 데 비해 우리의 대선은 여전히 '부동산', '대장동', '주술', '줄리', '여가부 폐지' 등 가십과 폭로가 중심이었다.

이미 글로벌 국가들은 앞다퉈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고 후속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고 기후변화 유발물질의 경우 수입을 중단하는 움직임도 있어 기업의 경쟁력 등 시급한 과제들이 떠오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재생 에너지는 확대될 것이고 이에 따른 '탄소국경세'나 'RE100'(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등 직간접적 기후 관세도 강화될 것인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전환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국론을 모아도 모자랄 이 중요한 시국에 한쪽에서는 탈핵과 원전확대의 갈등, 다른 한쪽에서는 재생에너지 동력 상실이 현실화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진심으로 걱정된다.

윤 당선인은 “지속가능한 탄소 중립 정책을 펼치겠다”며, 세부 정책으로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 중립 ▲한미 원자력 동맹 강화 및 원전 수출을 통한 일자리 10만 개 창출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원전 및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 ▲국민과 함께하는 원자력 정책 추진 등을 관련 주요공약으로 제안했다. “대통령이 되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재개해 원전산업의 생태계와 경쟁력의 회복부터 시작하겠다”며 “신한울 외에도 안전성이 확인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계속 운전을 허용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하고 국정과제로 채택했던 탈핵 정책, 신재생에너지 확대,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생물다양성 정책 등 환경공약 중 정책실행 본 괘도에 오른 것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약속했고 시민들의 합의를 모아가고 있는 이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동력을 상실할 것이며, 새 정부는 지금 정부가 추진해 온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전확대는 역사의, 세계사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것이다.

지난 11일은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지 1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1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피난민, 폐로 등 여러 문제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자칭 안전을 주장해 온 일본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7등급에 해당하는 최악의 사고이다.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핵발전이 지역사회와 많은 생명에게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지켜본 전세계는 후쿠시마원전사건으로 다시 충격에 휩싸였고, 세계 각국은 탈핵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는 탈핵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다가 다시 원전확대로, 핵발전을 지속하면서 핵폐기물 대안도 없이 탈원전을 비판하고, 핵발전 확대에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우리 정치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0.7% 차이로 승부가 갈린 양대 진영의 진심 어린 통합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이제 그만 '원전 찬양가'를 거두고 RE100이 뭐고 택소노미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서 무엇이 부족했고 문제였는지 성찰하며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시설 공격과 울진에서 핵발전소 인근을 덮친 화재사고 역시 핵사고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후위기 대응과 탈핵, 에너지 전환에는 보수도 진보도 여야도 따로 없다.

/김영란 광명기후에너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