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의원연구 단체인 ‘지방분권 연구포럼’(대표 홍진아 부천시의원)이 주관하고, 만화연구와 비평,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여성만화가협회가 주최하는 ‘부천과 만화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만진원) 진단과 해부’ 토론회가 지난 17일 오후 부천시의회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한양대학교 박기수 교수의 사회로 △‘만화진흥 정책과 예산’(김소원 상지대 외래교수, 한상정 인천대교수) △‘조직운영 현황과 문제점’(임재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웹툰 아카이브사업 분석’(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만화연구의 역할과 필요성’(서은영 서울과학기술대 외래교수) 주제를 발표했다.

 

△만화진흥 예산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가

‘만화진흥 정책과 예산’에서는 2017년 이후 200억 규모로 늘어난 예산과 사업이 시의성있게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 분석했다. 김소원 교수는 “시장규모가 급격히 성장한 시점에서 국가 만화정책의 획기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시장 확장이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을 관리감독하고, ‘민간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만진원은 국비사업은 엄정하게 수행하고, 부천시 출연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인 만큼 부천시민 대상 사업을 도덕적 해이 없이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진원 조직운영에 관해

‘조직운영 현황과 문제점’에서는 조직운영에 있어서 인사관련 제규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2019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징계 건수를 지적하고 징계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2020년에 만화업체를 비즈니스센터에서 내보낸 이후 입주한 업체들이 만화와 큰 상관성이 없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임재환 교수는 “만진원은 만화계 내외부의 협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내세우는 만큼 구성원 간의 불신을 청산하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 웹툰 디지털아카이브 어디까지 왔나

‘웹툰 아카이브사업 분석’에서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20억원 넘게 투입하고 있는 웹툰 아카이브 사업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시스템 구축 중이라는 해명으로 홈페이지에서는 전혀 그 결과물들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연재작품의 수집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한 사단법인에서는 “올해부터 대학생의 졸업작품 및 재학생 작품도 수집”한다고 수집을 요청하고 있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납본, 크롤링, 작가의 원고 직접 등록이라는 디지털 수장 시스템에 필요한 전제 조건들에 관한 대응이 현시점에서 전혀 보이지 않거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 만화/웹툰은 물론 디지털아카이브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낮아보이는 업체에 용역을 주고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

 

△ 만진원의 일방 불통 행정

마지막으로 서은영 교수는 ‘만화연구의 역할과 필요성’에서 만화포럼 출범에서 해산까지의 과정을 다루며, 만화영상진흥원의 일방적인 의사소통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만화포럼은 만진원의 필요에 의해 구성된 민관협치임에도 불구하고 협의의 과정이 무시된 일방적인 해산”이었음을 주장하고, 만진원이 만화연구의 가치를 존중하고 진정한 협치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했다.

▲ 부천시의회 의원연구 단체인 ‘지방분권 연구포럼’(대표 홍진아 부천시의원)이 주관하고, 만화연구와 비평,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여성만화가협회가 주최하는 ‘부천과 만화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진단과 해부’ 토론회가 2월 17일 오후 부천시의회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홍진아 시의원은 “많이 충격적이다. 감사기관인 시의회에서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개선 여지가 있는지 찾아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함께 하겠다”고 토론회의 소회를 밝혔다.

토론회 좌장인 한상정 교수(인천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생긴지 24년 만에 처음으로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며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부천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만화도시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천에 있는 만화 관련 인력들, 관련 업체의 실태조차 모르고 있다. 이는 부천시 출연기관인 만진원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기헌 교수(부산대)는 ”24년 전 부천만화정보센터 시절에 비해 예산은 100배가 늘었는데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고 관습화되다보니 오늘의 문제가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화자 교수(공주대)는 ”중징계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경징계를 받고, 경징계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중징계를 받는 상황“을 꼬집으며, ”공정한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엄정한 조직 쇄신을 위한 인적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만진원의 현실을 개탄했다.

박기수 교수(한양대)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의 연구나 용역자료는 모두 홈페이지에 개시되어있다. 유일하게 만진원만 그 결과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기관 운영의 불투명성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웹툰작가협회 권혁주 회장은 만진원의 아카이브 사업에 대해 ”이 사업은 작가들의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그간 만진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이 사업을 만진원이 맡아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만화가협회 성수현 회장은 ”지금 이 상황을 만진원에서만 해결하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문체부, 부천시 등 관리 감독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마무리 발언에서 좌장인 한상정 교수(인천대)는 ”이번 토론회가 마지막이 아니며, ‘만화연구와 비평’모임은 이후 다양한 주제들로 만화에 대한 연구를 공론장에서 펼치려고 한다. ‘문화도시와 만화’, ‘웹툰식별체계’ 등 현재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들은 산적해 있다. 현재도 제안이 있지만, 함께 공론장을 펼쳐나갈 단체나 기관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