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병점권연합, 최근 '소음보상·이전문제' 해결시급 현안 선정
지역 정치권 압박하며 강경투쟁 예고…조만간 국방부 항의 방문도
▲ 9일 오전 화성시 황계동 군공항(공군 제10전투비행장) 인근 울타리에 정부의 공항개발 발표를 환영하는 현수막 위로 전투기가 날아가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도심 속 군공항 안전 등의 문제로 불안에 떨던 화성시 동부지역 민심이 결국 폭발했다. 형평성이 떨어진 군 소음 보상에 이어 전투기 추락 사고까지 발생하자 무려 4만여명 주민들이 연대해 정부, 정치권과 첨예한 싸움을 예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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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에서 군공항 때문에 이 정도로 많은 주민이 뭉쳐 집단 움직임을 보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는 3월과 6월 각각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이 문제는 정치적 쟁점화 될 전망이다.

9일 인천일보 취재결과, 지난달 20일 '병점권 연합회(이하 연합회)'에 소속된 주민들은 회의와 투표 등을 거친 뒤 해결이 시급한 지역 현안 9개를 선정했다. 현안 가운데 군공항과 관련된 대책 요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발족한 연합회는 병점·진안·화산·기산동 등 지역에 있는 아파트 20개 단지 입주자들이 참여했다. 연합회 집계로 참여 인원만 약 4만명(약 1만4000세대)에 달한다. 역대 지역에 있던 주민단체 중 최다 규모다.

이들은 발족 이후 각 아파트 단지에서 서명을 받고, 온라인 카페와 메신저 등으로 내용을 공유하며 결속력을 키우고 있다. 국회의원, 시의원과 연달아 만나거나 건의문을 보내는 방식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또 최근 주민들은 서철모 화성시장에게도 자신들의 계획과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주민들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 찾아가 군 소음 보상과 군공항 이전 사업에 대해 항의할 방침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철에 주민들이 강경하게 투쟁하면서 화성시장이나 시의회 의원 등으로 출마하는 인사들이 각자 공약 및 정책 수립에 깊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행동은 불안하고 불편한 생활에서 비롯됐다. 화성시 동부에 위치한 병점권은 2003년 수도권 전철 1호선 연장으로 시작해 택지개발 등으로 급격히 발달했지만, 전투기 소음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수원시가 2020년 4월 실시한 '소음영향 분석용역' 자료를 보면, 75웨클(WECPNL·항공소음단위) 이상 반경에 속한 병점동 공동주택(아파트 등) 인구만 2만8781명이다. 75웨클은 민간항공사의 피해 보상 기준에 속한다. 그러나 전투기 소음의 경우 현행법에서 80웨클로 기준 삼아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주민 과반수가 탈락한 실정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원거리 측정 등으로 실제 체감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와중에 지난달 11일 화성시 정남면 야산에서 F-5 전투기 1대가 추락, 조종사가 순직하면서 불씨를 키웠다. 당시 조종사는 민가를 피하려다 비상탈출을 미뤘는데, 도심 속 군공항이 비극을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병연 연합회장은 “주민들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군공항 등 지역현안 해결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으고 필요한 수단은 모두 불사할 것”이라며 “보상은 돈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의 피해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윤경 병점SK뷰 입주자대표는 “현안이 다양하지만 군공항은 사고도 있었고 추가 피해 우려가 여전해 제일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피해를 감내하게 하고, 대책은 없이 개발만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 피해와 또 다른 희생을 방지하기 위해 국방부는 보다 적극 나서야 하며, 화성시는 반대만 하면 안 된다”며 “공론화를 거쳐 주민과 군이 모두 안전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인 군공항 이전은 2017년 2월 화성 화옹지구가 예비이전후보지로 지정된 뒤 화성시 반발로 추진이 멈췄다. 대선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군공항 이전과 연계한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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