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 문제점' 토론회
학계 “재개발 구역 주택가에 자리” 의견
문화재 조사 등 역사적 고증 필요성 제기
인천도시산업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화수화평주택재개발 정비사업계획의 문화재 현상 변경 심의를 하루 앞두고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 구역 내 문화재 발굴 조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지난해 12월19일, 인천도시산업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화수화평주택재개발 정비사업계획의 문화재 현상 변경 심의를 하루 앞두고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 구역 내 문화재 발굴 조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이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인천시 기념물인 '화도진지' 원위치를 둘러싼 논쟁이 40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재개발 구역 주택가에 화도진이 자리했다는 학계 의견을 바탕으로 역사적 고증 필요성이 제기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9일 '화도진지의 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화도진 관아가 재현된 화도진공원은 조미수호조약 100주년을 기념해 서둘러 조성된 곳으로 화도진 터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지표조사 등을 통해 화도진의 흔적을 찾아내고 관아 위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교찬 인하대 사학과 강사도 1894년 제작된 화도진 약도와 지적원도를 근거로 “화도진은 현재 화도진지의 동쪽 길 건너 주택 지대였을 가능성이 사실에 가깝다. 연구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고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화도진지는 1990년 11월 시 기념물 제2호로 지정됐다. 그에 앞서 시는 피난민 가옥을 매입하고 1989년 화도진 관아를 재현하는 공사를 마쳤다.

화도진은 1879년 일본과 서양 함선 출몰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들어섰다가 15년 만인 1894년 갑오개혁으로 철폐됐다. 화도진이 다시 주목받은 건 조미수호조약 100주년을 맞은 1982년 무렵이었다. 이희환 인천대 학술연구교수는 “조약 체결 장소가 화도진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당시 기초조사 없이 서둘러 복원 계획부터 발표하고 화도진을 재현했다”고 지적했다.

화도진 원위치 논쟁은 화수화평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촉발됐다. 시 기념물인 화도진지는 화수화평구역 바깥이지만, 학계에서 원위치로 추정하는 주택가는 구역 안에 포함돼 있다.

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9월과 1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화도진지 흔적,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며 재개발 정비사업계획 안건을 부결했다.

화수화평구역 재개발 조합 측은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전해야 매장 문화재를 조사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건축계획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준범 서울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문화재 조사 결과로 재개발이 지연되거나 보존·복원 문제 등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화도진의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선 매장 문화재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