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를 보면 역사에서 찬란했던 문명은 생태계의 파괴에서 비롯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서식지의 황폐화로 일상적인 의식주가 불가능하게 되어 종말을 맞게 된다. 지구 환경을 보전하기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1972년 6월5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개최된 유엔환경회의에서 시작되었다. 1992년 6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리우협약이 체결되었고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 47번째로 협약 당사국이 되었다. 그러나 이 협약은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1997년 12월11일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협약 당사국의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책임과 의무사항을 규정했으며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2% 감축하도록 하였다. 2015년 12월12일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 협약은 비로소 세계 모든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였다.

최근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경제활동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한 예로 EU taxonomy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기업은 지속가능한 투자와 정책을 수행토록 하는 동시에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정책입안자가 함께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촉진하도록 한다. 이는 투자자의 안전한 투자를 보장하며 개인투자자를 그린워싱(위장투자자)으로부터 보호하고 기업이 보다 기후 친화적인 경영활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EU taxonomy는 2020년 7월12일부로 효력이 발생하였다. 모든 경제활동이 다음과 같은 6개의 환경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였다.

1.기후변화 완화 2.기후변화 적응 3.수자원과 해양자원의 지속 가능한 사용과 보전 4.순환경제로의 전환 5.오염예방과 관리 6.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호와 회복이다. 그런데 EU는 2022년 1월2일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을 Taxonomy에 한시적으로 포함했다. 주지하다시피 원자력 발전은 지구온난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문제이다. 천연가스 또한 메탄이 포함되어 있어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보다 21배에 달한다. 그러나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높은 온실 효과를 유발하지만 배출량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메탄 연간 배출량에 21을 곱하여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으로 계산을 해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로 이산화탄소의 74%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IPCC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과거 100년 동안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34배였으나, 최근 20년 동안 86배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급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Taxonomy에 원전 및 천연가스 발전을 포함한 것은 내부적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Taxonomy는 한시적으로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이 있고 신규원전건설비용과 부지가 있는 경우 '그린 투자'로 분류하여 2045년 전까지 건축허가를 받는 경우 원전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전력 1㎾h 생산 시 온실가스 생성량이 270g 미만(기준: 100g CO2e/㎾h 미만)이고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체하며 2030년 말까지 건축허가를 받는 경우 Green Taxonomy로 분류하였다.

한편 환경부가 2021년 12월 30일 발표한 'K-택소노미' 최종안을 보면 농어업, 제조업, 에너지, 수송 등 10개 분야 87개 업종이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되었다. 에너지 분야에선 태양광, 풍력, 폐열을 통한 열 생산 등 27개 분야가 포함되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택소노미로 분류되었지만 원전은 제외되었다. 원전의 제외는 국내에서 수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이것은 탈원전이냐 아니냐의 쟁점으로 귀결된다. EU와 같이 한시적으로 원전을 허용하여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아닐지를 과학적으로 좀 더 면밀히 검토하여 그에 따른 우리의 올바른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와 같은 국내외 논쟁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2050 탄소중립은 허황한 목표라는 상반된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 파괴로 인하여 미국의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와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주창한 인류세(Anthropocene)의 종말은 막아야 한다.

 

/김창균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