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군공항 이전 갈등 , 왜 …


최근 전투기 군인 사망사고 조사 결과
민가 피해 야산 추락 사실 알려지면서
도심 속 군공항 안전성 문제 수면 위로

화성 병점동 등 인근지역 주민들 중심
국방부 등 민원 독려…靑 청원도 등장
대선·지선까지 앞둬 뜨거운 감자 부상

지난 11일 발생한 '전투기 추락 사고'가 수원과 화성시 주민 갈등 폭발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많은 인구와 동거하고 있는 불안전한 '군공항' 때문이다.

▶관련기사: [인터뷰] 이종필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 교수 “군공항 문제 해결하려면 주민 집단지성에 맡겨야”

23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군공항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전 사업 등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이 줄 잇고 있다. '다시는 고 심정민 소령 같은 순직 조종사가 생기지 않게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14일 화성시 봉담·안녕·기배·화산동 주민 등 2만7000여 명이 모인 회원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은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고장난 전투기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희생해 애통하다”며 “군공항을 조속히 이전하지 못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분명히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화성시 병점동의 경우 일부 아파트가 입주자 대표회의 등을 통해 군공항 이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아파트 주민은 “병점은 고층 아파트가 많아 특히 소음피해가 크다. 주민끼리 군공항 이전 민원을 독려하면서 연대를 다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원지역 역시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같이 군공항 이전 문제가 떠오른 것은 지난 11일 화성시 정남면 야산에서 발생한 F-5E 전투기 추락사고 때문이다. 당시 사고로 조종사가 순직했으나, 민간인 피해는 전혀 없었다. 전투기가 떨어진 지점은 반경 600여m안에 120여 가구가 거주하는 등 상당히 위험했던 상황이었다.

공군이 조사한 결과, 조종사인 고 심정민 소령(추서 계급)은 전투기 조종계통 결함이 발생하자 '이젝션(Ejection·탈출)'을 두 번 외치면서 비상탈출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민가를 회피하려고 끝까지 조종간을 잡았다.

비상탈출 선언 뒤 기체가 추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초. 조종사 탈출 시간으로 부족하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에 심 소령은 국민의 안전을 우선에 두고 희생을 택했다. 그는 29살 청년이자, 결혼 1년 차 새신랑이었다. 이후 지역 여론은 안전 지대로 군공항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번졌다.

수원시 장지동, 화성시 황계동 일원 5.2㎢ 면적에 있는 군공항은 1954년부터 70년 가까이 운영 중이다. 초기엔 별 지장이 없었으나, 주변 지역이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해 수원시 조사에서 두 지역 약 10% 인구(23만6400여명)가 75웨클(WECPNL·항공소음단위) 이상 소음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은 수원 세류동에 2만372명, 공동주택은 화성 병점동에 2만8781명이나 산다.

2015년 국방부는 전문가 합동 회의 등을 거쳐 '군공항 이전 사업'을 결정했고, 2017년 화성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화성시 반대 의사와 주민 찬·반 여론이 드러나자 해결책 없이 시행을 보류해왔다. 군공항 이전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있기도 했다.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화성 화옹지구는 서해와 맞닿은 간척지로 이주보상 인구가 적고 소음완충지 등 조성 면적이 충분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적합한 후보지에 꼽혔다. 앞서 국방부 용역에서 안산·이천·여주 등 지역 후보지도 식별됐으나. 공역중첩 등 요건이 안 맞았다. 특히 바다 쪽으로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핵심 사유로 불리고 있다.

군공항 이전 단체에서 활동 중인 장성근 변호사(장성근 법률사무소)는 “아파트와 빌딩이 가득한 도심에서 조종사가 목숨을 걸고 비행을 하고 있다”며 “군공항을 새로 짓고 해상 훈련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군인과 시민의 안전이 바로 잡힌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천일보와 통화에서 “군공항을 건설하고 운영할 때 소음피해, 돌발 사태 대응 등을 고려한다”며 “바다와 인접한 군공항은 활주로를 해안가로 이·착륙할 수 있게 설계하고, 주된 운영도 이쪽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군공항 이전은 지난해 '경기남부 국제공항(가칭)'이 국토교통부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포함되면서 새 국면을 맞은 상태다. 국제공항은 경기남부 8개 시·군 상공회의소가 사업 타당성이 충분하다며 정부에 건의한 바있다.

이번 전투기 추락 사고 이후 수원시 또는 화성시의 주요 정치인들도 대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올 6월 두 지역 지방선거에서 군공항 이전은 가장 큰 쟁점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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