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현상이 계속되는 알래스카의 한 도시. 태양은 때론 희뿌옇게 때론 강렬하게 초췌한 얼굴의 중년남성을 비춘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 도머(알 파치노)가 왜 이곳에서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일까.
 오는 15일 관객들을 찾아가는 ‘인썸니아(Insomnia )’는 한마디로 ‘졸리운(?)’ 영화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나른함을 느낀다. 그러나 반쯤 뜬 게슴르레한 눈을 영화가 끝나는 시간까지 감을 수 없다.
 ‘백야’현상에 접어든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 쓰레기 하치장에서 17세 소녀시체가 전라의 몸으로 발견된다. 단서는 없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자 LA경찰국 베테랑 형사 ‘도머’(알 파치노)가 그의 오랜 파트너 ‘햅’이 사건에 투입되고 알래스카경찰 ‘앨리’(힐러리 스웽크)와 함께 수사의 원점에 선다.
 살인 뒤 시체를 말끔히 닦기까지 한 엽기적 살인마를 찾던 ‘도머’는 안개속에서 용의자를 발견했지만 어이없게도 파트너 ‘햅’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안개속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심한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동료를 죽인 사고가 자의인지 타인인지 구별조차 못하는 ‘도머’는 ‘햅’의 죽음을 사건 용의자가 범한 살인으로 꾸민다.
 그 뒤 죄책감과 심리적 압박감, 백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도머’는 살인자가 ‘핀치’(로빈 윌리암스)임을 알게 되지만 ‘도머’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던 ‘핀치’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알고 있는 우리…. 이제 같은 처지가 되었군.”
 영화가 ‘졸린’(?) 이유는 무엇보다 블랙홀처럼 불면증에 빨려드는 알파치노의 눈 때문이다.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썸니아’ 메가폰을 잡으면서 실제 자연환경과 사건,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뒤섞었다. 영화를 다 본 이들은 어딘가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대부’로 유명한 알파치노의 시들지 않은 외모, 식지 않은 연기와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로빈 윌리암스의 명연기 대결이 압권이다. 장르 스릴러, 118분, 15세 이상.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