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재 위한 문화재청의 첫 관문 통과
시, 지속적 연구·보존방향 제시 결실
▲ 양주 회암사지 전경. /인천일보 DB

양주 회암사지가 세 번째 도전 끝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한 발짝 다가섰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심의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회암사지는 동아시아 선종사원의 전형으로 문화적 가치가 높았지만, 지난 2018년 첫 도전 이후 잇따라 쓴맛을 봤다.

16일 시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3일 양주 회암사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선정할 것을 의결했다. 유산의 성격, 명칭, 부도군(浮圖群)과 사찰(유적)구역 사이의 연결성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권고한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려면 잠정목록, 우선 등재목록, 등재신청 후보, 등재신청 대상 등 4단계의 국내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회암사지는 지난 2018년과 2020년 잇따라 선정 심의에서 부결돼 잠정목록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시는 포기하지 않았다. 불교사, 건축사, 고고학, 미술사 분야 등 전문 연구진을 구성해 중장기적인 보존·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연구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등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전문 자문단과 집필진을 구성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잠정목록 등재신청서를 보완했다.

14세기 만개했던 불교 선종의 동아시아적 유행과 수행 전통, 청규에 기반을 둔 선종사원의 공간구성 체계를 구체적으로 증명해 신청서를 냈다. 여기에다 건물터 등은 고려의 선종이 조선으로 이어진 약 200여년간 불교 선종 문화의 전승과 발전을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노력 끝에 회암사지는 고고 유적 단독유산으로 잠정목록에 선정됐다. 향후 폐사지 첫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문화재청은 올해 상반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잠정목록으로 정식 등록할 예정이다. 한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모두 12건이다. 신규 등록은 약 3년 만이다.

회암사지는 1964년 국가사적(제128호)으로 지정됐다. 이후 1997∼2016년 발굴조사, 박물관 건립, 유적 정비 등 종합정비사업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고려 중기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회암사는 14세기 공민왕의 후원으로 왕사였던 나옹에 의해 현재와 비슷한 규모로 중창(1374∼1376년)됐다. 조선 시대는 태조의 왕사였던 무학이 주석하고, 태조 이성계가 상왕으로 물러난 후에는 행궁 역할을 했다. 이후 왕실의 대대적인 후원을 받으며 조선 최대의 왕실 사찰로 사세를 이어가다 17세기 전반 이후에 폐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암사지 유산구역에는 회암사지 사리탑 등 보물 4건을 포함해 모두 9건의 지정문화재가 있다.

시 관계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 지 7년여 만에 값진 결실을 보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등재까지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문화재청 등과 함께 협력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주=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