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성환 작가가 그린 '행복한 미용실' 초상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미용실 사장님.
▲ 류성환 작가가 그린 '행복한 미용실' 초상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미용실 사장님.

제물포갤러리를 운영하는 류성환 작가입니다. 앞으로 '류성환의 미술 인문학'에서는 시각예술로 바라본 생활 속 시사(時事), 문화현상, 삶의 이야기를 담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중대본의 코로나19 안내 문자로 아침을 시작하나 하루에도 몇번씩 거듭 울리는 터에 무뎌진 알람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무뎌지지 않고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상이 있다.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코로나 시대 지친 사람들의 초상 말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전시공간은 인적이 드문 원도심 역세권 골목상권에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삶의 어려움은 바로 앞 미용실 사장의 힘없는 눈초리에서 그려진다. 굳은 표정으로 확진자 수 관련 뉴스만 바라보는 모양이 일상이다.

코로나로 평범한 삶이 사라져 가는 지금,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로 현 상황을 좀 더 희망적으로 그려보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 얼마 전 평화를 주제로 전시와 세미나를 했는데, 평화의 근원적인 요소는 가족과 이웃이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는 행위에서 시작된다는 데 공감을 나눴다. 여기에 덧붙여 '예술가로서 평화를 다루는 행위는 무엇일까'라고 자문해 본다. 예술가는 예술 행위로 깨어진, 어긋난, 위태로운 평화를 환원·복원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존재가 아닌가.

예술가는 작품의 형식과 그 형식 속에 내용을 담아 암시하며 관람객과 소통한다. 작품이 지닌 암시는 넌지시 말을 건넨다. 예술가는 형식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세계를 표현한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분들에게 '메신저' 역할을 하는 전시와 작품이 있어 지면을 빌려 소개한다.

'예술로 치유 프로젝트'는 코로나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예술로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가 진행 중인 특별 프로그램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전담병원 12곳 의료진을 찾았다. 지난해에는 광장, 공항, 철도역 등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일상의 공간을 찾아 위로와 응원의 뜻을 전했다.

강이연 작가의 '0.4'는 인류와 자연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시작하여 기후위기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기후위기는 다가오는 수십년 안에 지구 생태계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영국 출신으로 1990년대 YBA(Young British Artist)의 주역이다.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이자 매번 센세이션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현대미술작가이다. 2021년 작품 '체리 블로썸(Cherry Blossoms)'은 아름다움, 삶, 죽음을 주제로 한다. 이 작품은 욕망 그리고 우리가 주위 사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또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만개한 벚꽃 나무가 아름다움의 무상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상주의, 점묘법, 액션페이팅 등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등장한 예술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우연적이고 단순한 사건에서 출발한 게 아니다. 종합적인 사회·경제 구조의 병폐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현상이다. 이는 환경오염, 자연파괴, 빈부격차, 왜곡된 도시화 등을 오랜 시간 동안 묵인한 결과 아닌가.

예술가의 작품활동은 개개인의 소명이 아니더라도 심미적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때 보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이 중요한 때이다. 미용실 사장님께 초상화를 선물했더니 환하게 웃는다. 초상화 선물이 아니어도 일상회복으로 환한 웃음을 자주 보이기를 희망해 본다. 예술가여, 코로나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예술로 일상회복에 영감(靈感)을 일으켜주자.

 

/류성환 제물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