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기업경쟁력 강화' 집중키로
복지지원 기준 '대도시'와 동일 수준 적용
전국 최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이자 경기도 수부도시인 수원시가 '수원특례시' 출범을 기반으로 정책 확대에 나선다. 전국 표준이 될 정도의 효과적인 정책을 많이 발굴했던 이곳이 앞으로 얼마나 더 도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례시 정책 1순위 '민생·경제'
9일 시에 따르면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4개 시는 오는 13일 특례시로 승격한다. 지난해 12월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이때 전면 시행하면서다. 이에 맞춰 시는 시민과 지역에 필요한 계획을 짰다.
가장 최우선은 민생과 경제다. 시가 업무 순위를 선정할 때 가장 위에 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살기 힘들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 지역경제를 풀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게 시의 목표다.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3만5000개 이상을 만든다. 청년은 물론 직업계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을 편다. 경력 단절 여성에게 특화된 일자리, 신중년의 경력을 활용하는 맞춤 일자리 사업도 예정한 상태다.
청년의 경우 '실질적인 도움' 면에서 시 정책이 혁신을 거듭한다. 수원시는 청년 인구가 약 30만 거주, 가장 많이 이들을 품고 있다. 시는 청년들이 청년지원센터 활용도를 높이도록 접근성 높은 장소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청년지원센터는 2016년 시가 도내 최초로 청년 정책을 추진하면서 탄생했다. 이곳은 취업·창업 관련 준비는 물론 심리상담 등도 돕는다. 창작활동·교육·독서·상담·소모임·휴식 등 공간과 함께 있어 월 1500여명이 이용한다. 시는 또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등 청년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를 강화한다. 월세 지원, 주거안정 프로그램,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 지속적인 지원으로 청년의 진출을 돕는다. 소상공인에게도 힘을 기울인다. 지역화폐 사용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를 상시 10% 지급해 골목마다 활기를 불어넣고, 전통시장 시설을 현대화하는 사업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역시 시의 계획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촘촘하게 짜여진 플랫폼을 만들고, 수출 기업들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차별화된 비대면 수출전략을 지원한다. 수원시 비대면 수출전략은 성과만점의 정책이다. 2020년 3월 경기지방우정청과 '원스톱 수출 운송지원' 협약을 체결하는 등 방법으로 해외판로를 열어줬고, 수많은 중소업체가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 계약에 성공하고 있다. 유망한 벤처기업들이 수원시와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책도 활성화한다. 수원델타플렉스 블록별로 각기 달랐던 입주 허용 업종을 통합하고 확대해 미래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시민에게 와닿는 '체감형 정책'
수원특례시에서 가장 먼저 시민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건 복지의 변화이다. 서울시·광역시(대도시)와 동일한 복지지원 기준을 적용받으면서 그동안 대상이 되지 못한 시민들도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원시가 지난해 다른 특례시와 함께 보건복지부 관련 고시를 개정해달라고 요구한 결과, 앞으로 수원시민은 긴급복지지원이나 기초생활수급 등에서 재산 기준 등이 '중소도시'가 아닌 '대도시' 수준으로 바뀌었다. 수원시민은 애초 광역시급 도시에 살고 있지만, 광역시 시민과 재산 등이 같아도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금액을 받거나 아예 못 받았다. 시는 특례시 승격 직후 개편에 맞춰 시민 안내와 위기 가구 발굴 등에 나선다.
더해서 의료기관과 연계해 동 건강복지팀이 퇴원 환자의 건강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취약계층 위험 가구를 위한 'ON수원 안심앱'을 만들어 언택트 방식으로 안전을 확인하고 위기에 대응한다. 마을복지계획 수립을 주민이 주도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지역복지 능력 강화에도 노력한다.
정책에 문화와 교육이 빠질 수 없다. 시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문화와 예술의 융성, 집약된 스포츠 시설을 통한 시민의 여가 증대, 교육공동체 활성화 등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의지다. 세부적으로는 2026년까지 5년간 최대 200억원을 투입하는 문화도시 사업을 시작한다. 시민과 마을, 지역, 생태를 아우르는 4개 분야별 17개 사업이다. 또 팔달문화센터와 정조테마공연장 건립을 마무리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중심에 둔 관광 분야의 도약도 기대된다. 수원화성행궁 2단계 복원정비사업이 2022년 이내에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화성행궁의 원형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지역교육 지원사업도 눈에 띈다. 친환경아토피 특성화학교 등 교육사업 및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과 학습모임 및 조직 지원 프로그램, 장애인평생학습 도시 조성을 추진한다.
한편 시는 그동안 경제·일자리·복지·청년·문화·도시 등 분야를 아우른 정책을 개발, 상당수가 정부·지자체 벤치마킹이나 표창 수상 등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시민도시계획단' 사례는 국정 교과서에 수록됐을 정도다. 코로나19에도 '확진자 발생 사실과 동선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실시간 공개'나 '무증상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 등 기초단체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린 방역대책을 추진했는데, 현재는 여러 지역으로 확산했다.
[인터뷰] 염태영 수원시장
“진정한 자치분권 실현, 시민과 함께 완성하겠다”
“진정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시민과 함께 완성할 겁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9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수원시는 도시규모에 맞지 않는 살림을 해왔다. 결국 대도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서비스에서 역차별을 받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자치분권 리더'로 불리는 염 시장은 특례시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특례시는 중앙정부-국회-지방정부의 이해대립 등으로 관련법안 처리가 폐기되고 지연되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를 풀어낸 중심인물이 염 시장이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최초로 민주당 최고위원에 있었던 염 시장은 꾸준히 소통자리를 만들고 상호 조율에 나서는 등 가교역할에 노력했다.
염 시장은 “특례시는 시대적 과제이다. 중앙집권적 시각을 벗어나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역의 역량을 키워내는 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과거 '몸집이 큰 데 옷이 작아 불편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인구는 울산광역시 등과 견주는 규모인데도 '기초단체' 지위에 묶여 사무·인력·재정여건이 열악, 결국 시민 행정서비스 등에 차질이 있다는 의미다.
그는 “특례시가 되면서 복지 사각지대 주민 2만2000여 명이 지원을 더 받게 된다. 또 특례사무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가장 최근 ▲수원수목원 조성 ▲수인분당선 개통 ▲수원역·광교중앙역 환승센터 건립 ▲성매매집결지 폐쇄 ▲팔달경찰서 착공 ▲고등법원·검찰청 개원 ▲4대 프로스포츠팀 보유 등 성과가 많지만, 특례시는 시민이 살기 좋고 품격있는 도시를 위해 나아가는 밑거름”이라고 설명했다.
염 시장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구체적인 실천에 따라 이름만 특례시가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도록 변화를 이끌겠다”며 “힘들 수 있겠으나, 수원시민은 늘 해냈다. 시민과 함께 자치가 꽃피는 수원으로 향해 항해하겠다”고 강조했다.
10년 노력 결실…' 3대 요구 권한' 확보 시동
'지방정부 맏형'으로 불리는 수원시가 올해 사무·인력·재정 등 일명 '특례시 3대 요구 권한'을 확보하고 자치단체 역량을 키우는 시대적 과제에도 분주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특례시는 수원시 등 지방정부가 10년여 간 각종 노력으로 이룬 결실이다.
9일 시에 따르면 시는 2013년 특례시 제도 도입을 위한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당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특례시 기준인 인구 100만명을 넘는 도시는 수원시(약 116만)와 창원시(약 109만) 등 2곳이었다. 현재 100만 이상인 고양시와 용인시는 95~97만명으로 기준치가 코앞이었다. 이에 수원시는 앞장서서 태스크포스팀(TF팀)을 구성하고 특례시의 필요성을 알릴 수 있는 연구 용역과 전문 토론회 등을 주도했다.
다른 지방정부도 뜻을 함께하면서 시는 2014년부터 중앙정부와 직접 부딪히기로 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 행정안전부 등을 찾아가 당위성을 알리고 건의하는 일이 수없이 반복됐다. 2018~2019년엔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4개 시가 '대도시 특례 실현 상생협약'을 맺어 '특례시 권한발굴 공동연구 용역' 등으로 기틀이 마련된다. 시는 서울사무소에 직원을 파견해 국회와 수시로 접촉해왔다. 마침내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국내 지방자치 역사가 새로 쓰이기 이르렀다. 중앙이 아니라 지방이 출발한 혁신인 셈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특례시 권한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수원시는 지방정부는 물론 시민들과 연대해 권한 확보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참여한 별도 기구를 통해 특례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시민이 원하는 방향도 연구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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