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공연장 또는 소극장을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데아뜨르 다락과 문학시어터가 대표적인 곳이다. 처음 찾는 관객들은 “이런 곳에 있었네”라고 한마디씩 하는 게 예사다.

데아뜨르 다락은 신포시장에 있는 인천 유일의 민간 소극장이다. 백재이 대표가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지역 극단의 공연장이며 신진 작가들의 데뷔무대이기도 하다. 데아뜨르 다락은 인천출신으로 우리나라 사실주의 희곡의 선구자인 고 함세덕 작가의 작품을 매년 한편씩 올리며 그의 정신과 작품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데아뜨르 다락이 있는 건물은 1942년 인천 최초의 외과 병원인 '신외과 의원'이 있던 곳이다. 신외과 원장 고 신태범 박사는 의료 인력이 부족하던 시절 어려운 환자들에게 진정한 인술(仁術)을 베푼 명의(名醫)이면서 <인천 한세기>, <먹는 재미 사는 재미>, <인천풍물산책> 등 저술과 칼럼으로 유명하다. 데아뜨르 다락은 신태범 박사의 인연을 간직하기 위해 그의 아호 한옹(汗翁)을 따 '한옹 사랑방'을 극장 한쪽에 만들고 신박사가 1991~1992년 인천일보에 기고한 '인천풍물산책' 지면을 9월부터 석달동안 전시했다.

데아뜨르 다락은 지난 15~19일 의미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극장으로 불리는 애관극장 이야기를 담은 '애관-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1895년 협률사에서 현재 애관이 되기까지 126년의 세월을 시간 여행하듯 꾸며낸 작품이다.

문학시어터는 프로야구 SSG랜더스의 홈구장인 문학야구장 1루 스탠드 밑에 있는 소극장이다. 2010년에 개관했지만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6월 현어진 극장장이 온 뒤, 그해 8월 박완서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낭독극으로 올리면서 참신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연극계의 스테디셀러 공연인 '흑백다방' '20세기 작가' '셜록 홈즈-진실 게임' 등은 물론, 2019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재일조선인 이야기를 다룬 '칸사이 주먹' '자이니치'도 관객을 맞았다.

라이브 공연으로 '이정선 밴드' '김목경 밴드' '백영규 콘서트'에 이어 올봄에는 '동물원'의 콘서트가 펼쳐졌고 가을에는 1930년대를 읊은 음악극 '천변살롱'도 문학을 찾았다.

지난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마더 프로젝트' 콘서트를 열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이날 출연진 6명은 “여러분이 있어 너무 좋고 감사하다”며 인천을 물론이고 서울, 수원, 구리에서 한파를 뚫고 찾아온 20여명의 관객을 뜨겁게 맞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를 2년동안 버겁게 맞고 있는 인천의 소극장들은 자기만의 예술적 빛깔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의 분투는 지금도 계속된다.

/여승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