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무더기로 많이 모여 사는 곳이 도시다. 그래서 도시가 되는 첫 번째 조건은 무척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일수록 도시의 문제는 복잡해져가고 그에 대한 해답을 만드는 일도 날로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초기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도시들은 당연하게도 인간들의 자연스런 삶의 조건을 따라 만들어졌다. 요컨대 어떻게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의·식·주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 그것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고 그렇게 도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난 뒤 오늘의 도시들은 그 모습이 많이 다르다. 지금은 제법하게 큰 도시들일수록 의·식·주 타령은 별로 하지 않는다. 정치를 이야기하고 문화를 이야기하고 좀 더 큼직한 부(富)에 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많은 도시들이 자신들의 도시가 낡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졌다고 해서 재생을 이야기하고 심지어 신도시의 건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전위 예술가가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이 시키는 대로 작품을 만든다고 해도 그 뒤에는 오랜 예술의 역사와 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들의 감성의 성장이라는 뒷배가 있어야 한다. 달과 화성에다 지구에서와는 전혀 다른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그 도시가 그렇게 만들어져야 하는 데는 인간들의 육신과 영혼의 필요에 부응하는 그렇게 만드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제아무리 보기에 근사한 집이라 해도 화성인을 위해 지어진 집에 지구인이 들어가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인천에 또 다시 건설과 개발의 논의가 폭주하고 있다. 특히 공항과 도서를 중심에 둔 계획들이 눈길을 끈다. 이때 지금까지 인천에서 진행된 수많은 도시개발 사업들은 인천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에 대해 어떤 답을 제시해 왔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현대의 도시가 아무리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도시는 도시 형성의 최초의 원형질을 바꾸지 못한다. 도시는 그곳에서 살아갈 인간들에게 그 도시로부터 어떤 삶의 의미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삶의 원초적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의 건설은 무척 많은 생각과 자유로운 논의를 필요로 한다.

이 지면을 통하여 넉넉한 인문학적인 시각을 포함해서 깊이 있는 인천학회 회원들의 역량이 거침없이 분출하기를 기대한다.

 

/하석용 ㈔인천학회 고문.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