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천의 꿈, 동북아 품은 항공대도시

글로벌시대 공항 입지도시 중심지 역할
영종·송도·청라 포함한 경제자유구역
첨단산업 연계한 '도시DNA' 발굴 필요
▲ 송도국제도시 /인천일보DB

▲21세기는 항공의 시대

도시성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교통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전에는 베네치아, 제노바,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 등 항구도시들이 발전했다. 이후 리스본, 암스테르담, 런던 등이 발전했다. 산업혁명 이후 철도기술이 발명되면서 맨체스터, 시카고, 한국에서는 대전 등이 철도 요충지로 발전했다. 20세기 들어서서 자동차의 보편화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 도시로 LA를 들 수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 외곽의 분당, 일산, 평촌 등 신도시들이 성장했다.

20세기 후반 1989년에 동구권이 붕괴되며 지구촌이 하나의 세계로 연결됐다. 21세기 하나의 지구촌을 구성하는 글로벌 시대에 핵심 기술로 작용한 것이 항공기술이다. 이런 현상은 현재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도시, 히스로 공항 인근의 M4 회랑지역, 댈러스 공항주변의 라스 콜리나스(Las Colinas)와 회랑산업공원 등에서 목격된다.

그러면 21세기 항공시대에 한국에서 글로벌 중심지로 경쟁력을 갖는 최적지가 과연 어디인가? 바로 인천국제공항이 입지하고 있는 영종지역과 송도·청라경제자유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을 어떻게 개발하는가에 따라 21세기 항공시대에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달려있다는 의미다.

 

▲인천, 21세기 항공시대 글로벌 중심지로 최적지

세계 최고수준의 글로벌 공항이 입지한 인천은 공항을 통해 글로벌과 지역을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존 카사르다(John D. Kasarda)가 제시한 '항공대도시'전략은 글로벌 시대에 인천의 도시성장을 위한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공항과 영종도, 그리고 송도·청라지역을 연계하는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인천 항공대도시 계획'을 수립하여 인천의 내생적 성장을 위한 도시 DNA를 발굴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올해 국제공항 평가에서 카타르 도하, 싱가포르 창이, 도쿄 하네다에 이어 4등으로 선정됐다.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공항 중 하나로 평가된다. 글로벌 사회를 연계하는 주요 교통수단이 항공이며, 글로벌 네트워크가 월드시티(world city)에 의해 형성될 때, 글로벌 공항은 단순한 관문 역할뿐 아니라 도시와 글로벌을 연계하는 핵심적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최근 선진도시는 공항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공항도시(airport city)의 조성을 넘어서, '항공'이라는 핵심 운송기술 중심의 개발이 시도되어 기존의 대도시(metropolitan)기능을 대치하는 '항공대도시(aerotropolis)' 개발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천국제공항이 입지한 영종지역, 송도와 청라를 포함하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은 21세기 항공시대에 '항공대도시' 개발을 위한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지역공항의 경쟁력은 지역 산업의 경쟁력과 바로 연결된다.

공항이 도시개발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선진도시에서는 공항규모와 기능을 확장하고 공공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도시의 글로벌 공항들은 관문기능에 더하여 접대, 엔터테인먼트, 여가휴식, 오피스·상가 복합, 회의·전시장 기능 등을 수행한다. 런던 히스로공항 인근에는 대형 호텔, 회의장, 전시장이 입지하고 있으며, 파리 드골공항 인근에는 비즈니스 & 컨퍼런스 단지, 홍콩공항에는 오피스, 호텔, 전시장, 다목적 복합 상업단지가 조성됐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는 극장, 피트니스 센터, 열대식물원 등이 조성됐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는 카지노, 미술관 등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스웨덴 스톡홀름공항에는 예배당이 설치되어 연간 500쌍 정도의 결혼식이 거행된다.

항공이용 승객들은 주로 고소득층을 구성하여 높은 소비성향을 보이며 개인 당 도심 쇼핑몰의 6배 정도의 구매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승객과 환영 및 환송객 등을 합하면 중간규모 이상의 도시활동이 매일 국제공항에서 일어났다. 이제 글로벌 공항은 도심의 CBD(중심업무지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며 주변에 다양한 기능들이 입지하여 공항관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이러한 기능들이 외연으로 확장되어 '항공대도시(aerotropolis)'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과거 공항은 단순한 출입국의 대합실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글로벌 시대에 공항은 관문역할을 넘어서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등장하며 도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따라서 공항은 주변지역 토지 이용수요의 증가를 가져와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유인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이제 공항은 국가의 관문역할을 넘어서, 산업 활동의 견인차에 더하여 국가 자존심의 상징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주변지역은 단순한 출입을 위한 플랫폼을 넘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의 공간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공항과 주변지역이 쇼핑, 콘서트, 도서관, 영화관, 갤러리, 호텔, 전시회, 국제 업무, 기업서비스, 첨단산업, 물류서비스, 테마파크 등을 제공하여 유동인구의 유인을 위한 공간, 도심 다운타운을 대체하는 공간으로서 '항공대도시'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

 

▲항공대도시를 위해 인천은 무엇을 해야 하나

인천 항공대도시 개발은 근본적으로 국토계획, 인천 도시계획과 연계하여 통합적, 거시적,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인천의 지정학적 조건과 공항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 지속가능한 글로벌도시 조성을 위한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21세기 항공대도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인천은 다음과 같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첫째, 단순한 물류중개나 금융도시 역할뿐 아니라 첨단 제조업의 중심도시가 되어야 한다. 12세기에 베네치아가 세계도시로 성장한 배경에는 유럽과 지중해를 연계하는 중개도시·금융도시에 만족하지 않고 선박건조, 군수품 생산, 유리세공 등 제조업 지역에 투자하여 도시경제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천은 국제공항을 이용하여 물류중심, 국제 업무와 첨단산업의 작업장이 조성되고 외국인들을 포용하는 안전한 거주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인천 항공대도시가 궁극적으로 정보, 지식, 상품, 문화, 기술의 교류와 중심지로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둘째, 항공대도시의 산업단지는 종래의 전통산업단지와는 다른 도시+산업+공원+캠퍼스 기능이 결합된 복합산업캠퍼스로 조성돼야 한다. 경기도 파주 출판문화단지와 같이 산업문화단지 혹은 산업공원에 연구개발(R&D)과 교육기능이 더한 쾌적한 도시산업캠퍼스로 조성될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도시산업캠퍼스에는 모든 산업을 무차별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항을 매개로 한 첨단산업을 받아들여 내생적 성장을 추진하여야 한다.

셋째, 글로벌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자치권이 지역에 부여되어야 한다. 공공과 민간부문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접근이 요구된다. 중세에 베네치아, 피렌체가 부흥을 가져온 것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권한이 자치도시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대도시가 성공적으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중앙으로부터 간섭을 최소화하고, 권한을 일선기관에 이양하는 임파워먼트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넷째, 항공대도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장기적, 더 나아가 영구히 거주할 수 있는 주거지역과 근린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경상남도 남해군에 조성된 독일인 마을, 아메리칸 빌리지 등과 같은 외국인 거주단지를 항공대도시 외곽에 건설하여 외국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고, 항공대도시 내에 서울 이태원·홍대 앞과 같은 해방구를 조성하여 외국인들이 안전하게 즐기는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생활방식이 표출되고 포용된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의미를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항공대도시는 글로벌 속의 도시(the city in the global)와 도시 속에 글로벌(the global in the city)의 특성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 항공대도시는 도시와 글로벌을 연계해야 하는 한편, 도시 내부에 글로벌 문화, 인종, 생활 및 사고방식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1세기 동북아시대에 인천의 꿈을 실현할 내생적 도시 DNA를 항공대도시에서 함께 찾아보도록 하자. 인천이 상해 푸둥을 넘어 동북아의 중심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푸둥과는 다른 개발방식, 보다 선진화된 개발방식을 추진해야 한다. 푸둥이 경제개방화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한다면 인천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항공대도시를 추진해야 한다. 싱가포르가 항공대도시를 추진한다면 인천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항공대도시를 추진하여야 21세기 글로벌시대에 변방이 아닌 중심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꿈을 혼자 꾸면 그냥 꿈으로 남지만, 인천시민이 함께 꾸면 '글로벌 항공대도시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