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정책연구소, 151명 대상 설문
영유아 결핍·병원 치료 등 심각성
위 사진는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올해 기준 인천 남동구에 기초지자체 단위론 최대 규모인 북한이탈주민 2027명이 집중 거주하는 가운데, 만 5세 미만 영유아를 키우는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우울 수준이 상당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살 충동 경험' 비중도 일반 시민 수준보다 2배나 높은 13% 응답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한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영유아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만 0∼5세 영유아 자녀가 있는 북한이탈주민 1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울하다”고 답변한 주 양육자 비율이 5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를 양육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우울 수준은 13.2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아동종합실태조사의 일반가정 응답 결과인 9.55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조사 기간 직전 일주일을 기준으로 '먹고 싶지 않고 식욕이 없다' 등 우울증을 판단하는 11개 문항에 대해 답변한 결과다.

이와 함께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영유아는 결핍 측면에서도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유니세프(UNICEF) 아동결핍지수 14개 문항을 기준으로 북한이탈주민 가정 영유아의 82.8%가 결핍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일반가정 영유아 답변 39.9%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도 하루 세 끼 식사, 육류·생선 섭취, 과일·채소 섭취 등 균형 있는 식사에 대한 결핍 답변이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영유아의 병·의원과 치과 치료에 대해 제때 받지 못했다는 답도 각각 6.6%와 12.6%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의 경우 “진료를 받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는 답은 각각 2.4%와 1.4%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신체·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위험한 모습을 보였다.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내놓은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를 보면 스스로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30.6%로 일반 시민 응답인 13.6%보다 높았고, 자살충동 경험에 있어서도 일반 시민 응답 5.2%에 비해 13%로 두 배 이상의 응답을 보였다.

이에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영유아 양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탈북 가정의 체계적인 상담치료를 위해 심리치료 주치의 사업을 도입하고, 영유아 치과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북한이탈가정의 아이 돌봄서비스를 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