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수 주거권기독연대 공동대표가 ‘부동산 문제와 토지평등권 개혁’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인천생명평화포럼(상임대표·정세일)은 지난 2일 박창수 주거권기독연대 공동대표를 초청, ‘부동산 문제와 토지평등권 개혁’을 주제로 ‘제179차 생명평화포럼’을 개최했다.

박 대표는 우리 사회 초미의 현안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진보와 빈곤’의 저자 핸리 조지의 토지평등 이념과 기독교의 희년사상, 우리나라와 중국 선각자들의 철학 등과 연계해 해법을 모색했다.

박 대표는 먼저 “부동산 소유 양극화와 투기, 버블 등 우리나라의 3대 부동산 문제의 본질이 ‘토지의 불로소득’에 있고, 이는 지대에서 출발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토지는 근본적으로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공동체의 것이며,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 또한 민간과 공공부문을 불문하고 모두 사회공동체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따라서 지주가 지대를 가져가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몫을 도둑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반적인 조세정의관에 따르면 노력소득은 최후에 최소 과세하고 불로소득, 특히 가장 나쁜 불로소득인 토지불로소득은 최우선 최대 과세해야 하는 것”이라며 “가장 나쁜 불로소득인 지대를 최우선 최대 과세하는 것이 진정한 조세 정의”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토지소유 양극화 지표와 관련해서는 “개인 기준으로 상위 1%가 51.5%의 토지를, 상위 5%가 82.7%를 소유한 반면 하위 70.3%는 한 뼘의 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지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1990년 세입자 서민 17명이 자살하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 기독교의 ‘희년 정신’을 잇는 헨리 조지의 ‘지대 조세제’에 주목해야

박 대표는 기독교의 희년 경제 원칙으로 강의를 이어갔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희년은 50년마다 돌아오는 해방의 해로서, 모든 노예가 자유를 얻고, 모든 소유가 원주인에게로 되돌려지며 모든 땅은 휴경하게 된다.

즉, 50년마다 빚이 탕감되고, 팔렸던 자신의 땅과 집과 몸을 회복하게 된다. 토지의 경우, 매매한 뒤 최장 50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돼 있다고 한다.

희년의 4대 경제원칙은 △토지 평등권 △만민 주거권 △빈민 무이자 대부 및 부채 탕감 △노동 착취 금지 및 자유 회복 등이다.

박 대표는 “희년 주택법과 희년 대부법, 희년 노동법은 모두 ‘희년 토지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이 토지법이 무너지면 나머지 모든 희년 경제원칙이 의미를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은 햇빛과 비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것에는 쉽게 동의하면서도 땅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데 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희년의 토지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미국의 사회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지대 조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179차 생명평화포럼’ 참가자들이 박창수 공동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다.

- ‘지대 조세제’를 통해 주택가격 안정과 지대 기본소득 지급 가능

‘지대 조세제’는 지대를 공유하고 평등 분배하기 위해 지대를 모두 과세하고 생산·유통·소비·소득 등에 대한 세금은 감면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00조 원가량의 지대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표는 “지대 300조원을 모두 과세해 이중 100조원은 생산과 유통 등의 세금과 부동산 관련 이중과세를 감면하는데 사용하는 한편, 나머지 추가세수 200조원은 서민과 농민 지원, 공공임대주택 건설, 북한주민을 위한 통일비용, 세계 극빈국가 지원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대를 모두 거둬들여도 과세 규모는 OECD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지대 조세수입 중 10조원만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한다면 매년 10만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주택가격도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해 주택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추가세수 중 130조원을 모든 국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지대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1인당 매월 20만 원 씩 연간 240만 원, 4인 가족 기준 매년 960만 원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 박창수 공동대표가 강연이 끝난 뒤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 강령도 ‘토지 평등권’ 명기

박 대표는 ‘토지 균분제’를 명기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도 소개했다. 1941년 11월 28일 발표된 이 강령은 “우리나라의 토지제도는 국유에 유법으로 두었으니 지극히 공평하게 토지를 분배하고 토지를 사사로이 소유하는 폐단을 혁파한다”고 명시했다.

1948년 8월 28일 중국 충칭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경제정책은 “토지는 국유를 원칙으로 하고, 극빈한 농민에게 우선 사용권을 준다”고 규정하는 등 대한민국 건국강령에 담긴 토지철학의 본질은 ‘토지 평등권’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박 대표는 지대 공유화를 통해 획기적 경제발전을 성공시킨 모델로 중국 충칭시의 사례를 들며, 중국판 ‘제3의길’을 주창하는 추이즈위안 칭화대학 공공관리학원 교수의 저서 ‘프티부르주아 사회주의 선언’에 실린 내용을 소개했다.

“지가 상승의 공유화의 성격을 갖는 충칭시의 토지재정 수익은 2001년 2억 위안에서 2002년 10억 위안, 2010년에는 980억 위안에 이르렀다”

충칭시위원회는 2010년 6월 이 수익을 공공임대주택 60만호를 건설하는데 투입해 충칭시의 30%인 저소득층 주거문제를 해결했고, 3백만 농촌 노인양로문제와 농촌에 남겨진 130만 아동 보호 육성, 6만개 초소형 기업육성으로 일자리 30만 개를 창출할 수 있었다.

▲ ‘제179차 생명평화포럼’ 참가자들이 박창수 공동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토지 평등권은 유력한 ‘통일 대안 체제’, 헌법 개정을 통해 실현해야

박 대표는 토지 평등권을 통일의 대안 체제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와 자본을 사유하는 남한식 자본주의와 이를 공유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절충해, 토지는 공유화하는 반면 자본은 사유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남한은 토지 사유제 아래에서 ‘지대 조세제’를 도입하고, 북한은 토지 국유제 하에서 ‘토지공공임대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헌법 122조의 ‘국가는 모든 사람의 토지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해 지대를 환수하여 모든 사람이 지대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기하는 방식의 개헌을 통해 토지평등권을 실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화민국(대만) 헌법에도 ‘토지평등권, 토지의 국민전체 귀속, 토지 가치와 토지가치 증가분의 인민 귀속과 향유’가 명기되어 있다”며 “우리도 국민적 합의만 모아진다면 ‘토지 평등권’ 실현을 위한 개헌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