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는 벤처는 죽은 벤처다"라고 외치며 당차게 등장한 최순필(46) 대표의 ㈜초이스테크놀로지가 전 세계 발표(프레젠테이션)의 판도를 바꿔놨다.
<인천일보 2002년 11월 19일 자 7면 ‘아이디어 하나로 뭉친 고교동창 4인 컴사랑’〉
초이스테크놀로지의 ‘엑스포인터(X-pointer)’는 화면 전환, 레이저 포인터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당시 보조 진행자가 마우스를 클릭해 화면을 넘겨야만 했던 번거로움을 단번에 해결했고 이후 발표 환경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초이스테크놀로지를 이끌고 있는 최 대표를 <빽투더인천>이 다시 만났다.
2002…세상에 없던 무선 프리젠터
지금은 발표자가 무선 프리젠터(컴퓨터 제어 리모컨) 버튼을 직접 눌러 원하는 시점에 자료 화면을 넘기는 풍경이 익숙하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실물 화상기를 사용하거나 컴퓨터에 연결된 유선 마우스를 직접 조작해야 발표 화면을 전환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대학 수업에서 느낀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3명의 서인천고 동창들과 함께 무선 프리젠터 ‘엑스포인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때는 교수님이 ‘다음’하면 옆에서 넘겨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수업 흐름이 끊길 때가 많았고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저희가 USB 타입의 무선 프리젠터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어요.”
창업 초창기에는 생산 단가 측정으로 애를 먹었다. 노하우가 없어 터무니없이 높게 측정된 가격 때문에 최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글로벌 대형 문구 기업들과의 계약 체결에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약 8만 원이 들었고, 소비자 가격은 이보다 두 배 높아 대형 업체와 계약 성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에요. 그때 계약이 체결됐다면 초이스테크놀로지가 아닌 미국의 STAPLES나 3M의 브랜드 이름으로 엑스포인터가 판매됐을 겁니다.”
디지털 기기와 비대면 흐름에 발맞춘 ‘이미지 포인터’
2016년 출시돼 3년 째 판매중인 ‘이미지 포인터’는 기존 엑스포인터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이전의 레이저 포인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화면이 많아진 데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발표가 증가하면서 어떤 화면에서도 선명하게 포인팅이 가능한 제품을 고안해 낸 것이다.
“이미지 포인터는 소프트웨어로 포인터의 모양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화면에 포인터를 선명하게 내보낼 수 있고 회사의 로고나 움직이는 GIF로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일본 킥스타터와 마쿠아케, 한국 와디즈,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1…‘국내 최초’ 스마트 체온계와 백신 온도계까지 새 시장 개척
"엑스포인터는 여전히 캐시카우(확실한 수익창출원)"라고 말한 최 대표는 무선 기술을 활용해 의료·건강관리 기기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마취과와 협업해 스마트 체온계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SpO2(경피적산소포화도)측정 기기, 심전도계, 체온계를 태블릿과 연결해 환자 생체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스마트 체온계의 주요 기능은 ‘일정 온도가 넘어가면 울리는 알람’이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의 체온 체크를 위해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스마트 체온계는 설정 온도 이상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알람이 울리게 돼 있습니다. 부모의 걱정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이에요."
또, 2∼8℃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가 까다로운 코로나19 백신의 관리를 편리하게 하는 백신 온도계도 론칭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백신 관리에 문제가 생겨 전량 폐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백신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백신 온도계를 만들었고, 대한의사협회의 입찰을 받아 병원과 의원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생체 신호와 관련된 의료·헬스케어 기기 분야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롱런 비결은 좁은 틈과 확실한 영업 목표
그야말로 틈새를 노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최 대표는 20년 동안 사업을 이어오며 느낀 창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영업 목표’로 꼽았다.
“LG나 삼성같은 대기업도 무선 프리젠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금방 발을 뺐습니다. 파이가 작아 먹을 게 없어서요. 좁은 틈을 노려야 합니다. 제가 처음 시작할 때는 창업이 생소했고 정보도 없었지만, 지금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에요.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창업 초기에 영업 목표를 분명히 설정해 놔야 롱런할 수 있을 겁니다.”
/김현정 기자 kyul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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