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문장과 장면들' 대표 '가랑비메이커' 작가]

학창시절 보낸 인천 근거지로 활동
책과 어울리는 향수 만들어 판매도
“정기적 게재 구독 서비스 진행 중”

“새로운 독서의 세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작가이자 독립출판 ‘문장과장면들’의 대표인 가랑비메이커(고애라·28).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지금도 인천을 근거지 삼아 활동하고 있다.

6년 차 작가로서, 3년 차 독립출판사 대표로서 그는 그만의 고유한 책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작가 가랑비메이커

작가 가랑비메이커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 성찰이 글의 씨앗이다”며 “영화나 사진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글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글은 내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고 종이와 펜만 있으면 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작가가 됐다. 작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독자들이 그의 글을 읽고 공감할 때이다.

“독자분들이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작가님이 정리해서 말씀해주신 것 같다’고 얘기해주실 때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같은 걸 겪고 같은 걸 느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 제 글이 언어가 되는 것 같아요.”

 

책과 책 너머의 세계를 조명하는 독서의 세계

가랑비메이커에게 중요한 비전 중 하나는 새로운 독서의 세계를 여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에는 조금 낯선 이름이 붙어있다.

그는 자신의 글을 에세이라고 가두기보다 고백집, 단상집, 장면집이라는 여러 이름으로 표현한다.

“시라고 하기에는 길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짧은 글은 단상집에, 소설 같지만 짧고 영화 예고편같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글은 장면집에, 일기에서 출발한 글은 고백집에 담았습니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장면집은 경험에 상상을 곁들인 글을 엮은 책이고 고백집은 일기와 유사한 글로 일기 스캔본도 담은 책이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셈이다.

장르뿐만이 아니다. 가랑비메이커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독서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런 포부는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이름, ‘문장과장면들’에도 반영됐다. 문장은 도서, 장면은 사진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책과 어우러지는 향수를 조향해 판매하기도 했다.

책, 사진, 그리고 향수까지. 글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보조재료들을 준비한다. 덕분에 그의 글은 벽을 허문다.

작가는 “재밌는 걸 하고 싶었던 차에 향을 음미하는 독서도 재밌겠다 싶어서 향수를 준비했다”며 “북트레일러 등 영상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연 전시에서도 도서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굿즈까지 판매했다.

그는 “작업물을 독자분들 앞에 꺼내놓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어떤 작업물을 좋아해 주시는지 확인하는 게 즐겁다. 가끔은 작가님 아니냐며 알아봐 주시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그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이다. 글을 쓰는 일부터 책과 굿즈를 디자인하고 출판, 판매하는 일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다.

“출판사를 하면 책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책을 만드는데 쏟는 시간이 많아져서 오히려 책과 더 멀어진 느낌도 듭니다. 그래도 한 3년간은 다 포기하자는 마음으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또 다른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가랑비메이커는 “정기적으로 글을 선보이는 레터박스, 구독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며 “디뮤지엄에서 12월3일∼5일간 열리는 퍼블리셔스테이블 독립출판 페어에도 참여한다. 문장과장면들을 통해 첫 작품을 선보이는 썸머 작가의 신작과 여러 가지 기획물들을 직접 보실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서희 기자 joy@incheonilbo.com 사진제공=문장과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