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사 김천기 월미공원사업소장

임업 공무원 32년차에 도전
2번 낙방 3번째 도전에 합격

몽골 사막화 방지 갔다오기도
퇴임 후 관련된 봉사 하고파
▲ 김천기 나무의사가 나무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천기 월미공원사업소장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이 곯으면 나무는 쓰러진다. 이런 나무를 돌보는 이가 바로 나무의사다. 나무의사는 2018년 산림보호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로, 나무가 병들었을 때 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람이다.

인천에도 나무의사가 있다. 김천기(58) 월미공원사업소장이다. 김 소장은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올림픽을 앞두고 성화봉송로 정비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조경·임업·산림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대거 필요했던 시기다. 김 소장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천시 임업 직렬로 일을 시작했다.

그가 나무의사 자격을 딴 건 2020년. 공무원을 시작한 지 32년째 되던 해다. 2018년 자격시험을 보기로 작정한 그는 처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전공도 전공이거니와 30년 넘게 나무와 인연을 맺어온 터였다.

하지만 나무의사 자격 취득 과정은 쉽지 않다. 김 소장은 주말마다 서울에 있는 교육기관으로 수업을 들으러 갔다. “기사 자격 취득 혹은 관련 학과 졸업 등 자격요건을 갖춘 후 양성기관에서 150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비로소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5개 과목 필기시험으로 이뤄진 1차 시험과 서술형 시험과 실기시험이 있는 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나무의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김천기 월미공원사업소장이자 나무의사가 수목 상태를 현미경으로 진단하고 있다./사진제공=김천기 월미공원사업소장
김천기 월미공원사업소장이자 나무의사가 수목 상태를 현미경으로 진단하고 있다./사진제공=김천기 월미공원사업소장

제도 시행 초기부터 시험을 치러온 그는 2번의 낙방 끝에 제3회 시험에 합격했다. 1차 시험 응시생 1088명 중 합격자 84명(합격률 7.7%) 안에 든 것이었다. 2차 시험의 합격률은 55.9%였다. 올해까지 각각 다섯 번의 1, 2차 시험에 6696명이 도전했지만 539명만이 합격했다. 2023년 6월 이후에는 병든 나무는 나무의사만이 진료할 수 있다.

나무의사가 된 김 소장은 마음가짐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누군가 나무에 대해 가볍게 물어봐도 책임감을 느끼고 세밀하게 진단합니다. 가끔 나무가 거리에 쓰러져 사고가 나기도 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막으려면 아픈 나무를 진단하고 치료해줘야 합니다.”

김 소장은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를 심으러 갔다 온 사연을 풀어내며 미래 계획을 전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몽골에서 인천시민들과 힘을 모아 '인천 희망의 숲'을 조성했습니다. 그곳이 숲이 됐을지 궁금합니다. 요즘 기후변화 문제도 심각한데 퇴직하면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사회봉사도 하면서 도시의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게끔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박서희 기자 joy@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