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황금어장, 쓰레기에 몸살

풍부한 영양염류 덕 젓새우 명성
상류서 온 오염물질로 조업 방해
인천시, 수질 개선 비용 확보 작업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서북단 끝 인천 강화도. 다양한 역사 자원과 빼어난 자연 환경을 간직한 강화도는 지역 명성에 걸맞은 여러 종류의 농·특산물 또한 생산해 내고 있다.

강화인삼. 고려인삼 맥을 잇고 있는 강화인삼은 고려 고종(1232) 때부터 재배가 시작돼 한국전쟁 후 인삼의 본고장인 이북 개성 사람들이 강화로 피난 오며 1953년쯤 본격적으로 재배가 이뤄졌다. 인삼은 재배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해풍이 깃든 강화 특유의 기후와 토양 환경은 강화도를 인삼 최적지로 발돋움케 했다.

▲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서북단 끝 인천 강화도.
▲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서북단 끝 인천 강화도.

강화도 곳곳 탁 트인 황금벌판에서 생산되는 강화섬쌀. 여느 쌀보다 맛이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는 강화섬쌀은 토양 속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이 역시 강화도가 해양성 기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는 이처럼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크고 작은 항·포구 33곳이 있고 14개 어촌계 어민들이 조업 중인 강화도는 농업의 땅이자 어업의 섬이다.

전국 추젓의 70%를 생산하는 강화 제일의 특산물 강화젓새우.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강화 앞바다에서 건져 올려진 젓새우는 강에서 흘러들어온 풍부한 영양염류 덕에 풍성한 감칠맛과 높은 영양가를 지닐 수 있게 됐다.

▲ 강화 젓새우가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데는 자연적 특성이 큰 역할을 한다. 석모대교 앞에서 어민들이 새우를 잡고 있다.
▲ 강화 젓새우가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데는 자연적 특성이 큰 역할을 한다. 석모대교 앞에서 어민들이 새우를 잡고 있다.

풍족한 유기물과 플랑크톤을 잔뜩 머금어 어류들의 안전한 서식처가 된 한강하구. 하지만 강 하구라는 지리적 특성은 어려움 또한 어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쓰레기 문제다.

강화도와 김포 사이를 남북으로 흐르는 염하(鹽河)수로. 강화해협이라 불리기도 하는 길이 20km 폭 500m 이상인 염하수로는 쓰레기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염하수로에서 어업을 하는 더리미·초지어촌계 어민들은 한강 상류에서 떠밀려 오는 쓰레기와 밀물 때면 바다에서 올라오는 해양쓰레기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비가 많이 오면 한강 상류와 연결된 북한강의 청평댐과 소양강댐 수문이 열려 민물이 들어오다보니 바닷물고기들은 염도가 낮아진 한강하구를 등진다.

“제가 지금 쉰일곱이니까 어업한 지 20년 25년 되겠네요. 여기서 쭉 했어요. 한강 상류에서 떠내려 오는 쓰레기 여기 부잔교에 걸리고 냄새나고 아주 심각해요. 앞에도 보이지만 페트병 이런 거 떠내려 오고 풀 같은 거 떠내려 와 썩으면 냄새가 아주 심해요.” (황호숙 초지어촌계원)

▲ 매년 줄어들지 않는 해양쓰레기 문제로 어민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강화군 더러미 선착장에서 어민이 바구니를 이용해 쓰레기를 걸러내고 있다.
▲ 매년 줄어들지 않는 해양쓰레기 문제로 어민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강화군 더러미 선착장에서 어민이 바구니를 이용해 쓰레기를 걸러내고 있다.

한강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또 다른 물길 중 하나인 석모수로. 교동대교와 창후포구에서 시작해 석모도와 강화 본섬 사이에 있는 외포, 후포에 이르는 이 곳 역시 염하수로 어민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겪고 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여기 어족 자원이 상당히 풍부했어요.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한강 오폐수 내려오고 남북도 갈라져 북한에서 내려오는 쓰레기들로 바다가 황폐화됐어요. 모든 생명체가 산란을 하려면 펄이 조성이 되고 햇빛이 들락날락해야 하는데 쓰레기가 펄을 덮고 있어서 어족 자원이 산란하기 힘들어요. 지금 바다 속에 보이지 않는 비닐이라든가 냉장고니 이런 거 엄청 쌓여 있어요. 또 수온도 많이 높아져 어족자원이 크게 바뀌었죠.” (정찬요 내가어촌계원)

▲ 더러미 선착장 인근에서 어선 그물에 걸려 나온 라면 봉지. 이 라면 봉지는 1970년부터 1976년까지 생산한 것이다. 40년이 지난 라면 봉지의 색이 선명하다.
▲ 더러미 선착장 인근에서 어선 그물에 걸려 나온 라면 봉지. 이 라면 봉지는 1970년부터 1976년까지 생산한 것이다. 40년이 지난 라면 봉지의 색이 선명하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강화 지역 어민들에게 수매한 해양쓰레기는 총 62t에 달한다. 또 인천시가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한강하구 환경기초조사 결과'를 보면 강화 해역 인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량이 1㎥ 당 6.12개로 가장 많았고 인천 연안(영종도 인근) 2.11개, 덕적도 1.71개 순이었다.

향수, 화장품, 비누, 샴푸 등에 사용되는 인공 향료 성분인 합성머스크의 농도 역시 강화도 인근이 0.64ug/ℓ, 인천연안 0.44ug/ℓ, 덕적도 0.24ug/ℓ 순이다. 한강 상류에서 멀어질수록 해양 오염 물질량과 농도가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유훈수 인천시 환경국장은 “인천이 한강하구에 위치하다 보니 여러 환경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바다쓰레기는 67%가 육상에서 기인한다는 통계가 나왔다“며 “법상 한강수계 물이용부담금을 못 쓰게 돼 있는데 데이터를 근거로 물이용부담금을 한강하류 수질 개선에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강화군 석모대교 앞에 떠다니는 부표 위에서 갈매기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강화군 석모대교 앞에 떠다니는 부표 위에서 갈매기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금단의 구역 한강하구. 강물과 서해 바닷물은 강화 앞바다에서 뒤엉켜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흐르고 있지만 남북 주민들에게 가닿지 않는다.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에 있는 창후 포구. 포구 북쪽 교동대교 너머로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설정돼 있다. 어로한계선이다. 한때 황금어장이라 불렸던 곳이다.

“6·25 끝나고 잠깐 한강하구 중립수역 구역 내 펄에 가서 조개 캤다는데, 그 때 몇백명 북한으로 끌려가서 그 뒤로 어로한계선이 생겨 못가는 거지. 중국배들도 거기 들어와서 잡으려고 애써요. 중국배들이 여기 교동 뒤까지 들어왔었으니까.” (박동복 강후어촌계장)

“좋은 점은 솔직히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쓰레기 떠내려 오고 제재 사항도 많고. 어로한계선 아니면 저 위까지 가서 잡을 수 있는데 남북이라는 상황도 있고. 별로 안 좋아요 한강하구에 있는 게.” (황호숙 초지어촌계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풍요를 안겨줬던 한강하구. 산업화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한강하구 어민들에게 이제 풍요가 아닌 깊은 상처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중립수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어업과 왕래가 있었던 강화 교동도 10여개 포구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거나 포구로서 기능을 잃었다.

그럼에도 한강하구 어민들은 조상의 바다를 지키고 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이 평화수역으로 열리는 그 날을 기대하며, 어부들은 오늘도 물을 가르며 바다로 나아간다.

/글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사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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