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핵가족시대에 있어 보육시설은 말 그대로 고마운 존재다. 아이를 그곳에 맡기고 홀가분하게 일터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선 코흘리개 철부지를 부모를 대신해서 맡아 길러준다. 또래와 어울리면서 공중도덕이나 예절같은 최소한의 기본 덕목(德目)을 몸에 익힐 수 있다. 따라서 요즘같은 산업사회에서 보육시설을 제쳐놓고 학교교육이나 사회의 유해환경만 탓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어린이들의 보금자리로서의 보육시설이 갖는 가치가 이럴진대 최근 경영이 안돼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음은 실로 걱정스런 일이다.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보육시설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문제는 지금 극심한 자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육시설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만일 연쇄적으로 폐쇄하는 불행한 일이 터질 경우 그 파장이 얼마나 심각할지는 짐작할만 하다. 보도에 따르면 경제난으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의 원생 수가 작년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쳐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시설자금 원운상환이 시작됨에 따라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C어린이집은 지난해 보육원생이 130여명이었으나 IMF체제 하에 들어서면서 30% 이상 줄었다. 거기다가 원생들중 실업자 자녀들은 원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그 결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도 난제 중의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4년 정부의 보육원 확충계획에 따라 시설자금 5억원을 융자받아 건립된 이 어린이집은 새해부터 매년 4천만원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금상환기간을 늘리고 금리도 3%로 내려달라는 보육원협회의 건의는 충분히 검토가치가 있어 보인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정부당국은 물론 사업주 개개인은 이 제도의 의의에 걸맞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운영에 차질이 없게 하고 조속한 정착과 계속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보육시설의 원활한 운영은 근로자의 권익신장뿐 아니라 산업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