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어서 돌아왔지요, 윤제림 지음, 난다, 420쪽, 1만6000원
▲ 걸어서 돌아왔지요, 윤제림 지음, 난다, 420쪽, 1만6000원

“제 글 대부분은 길에서 줍거나 지나는 이들에게서 훔친 것들이에요.”

윤제림 시인이 행인일기, <걸어서 돌아왔지요>를 썼다. <미미의 집>부터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까지 7권의 시집을 펴낸 그는 뉴욕광고제, 한국방송광고대상 등에서 수상한 바 있는 유명 카피라이터이기도 하다.

윤 시인은 길 위에서 때로는 묻고 때로는 듣고 때로는 찾아낸 이야기들을 담았다. 그는 낳은 곳과 키워준 곳, 오늘 사는 곳, 어제 머문 곳, 내일을 꿈꾸는 곳 등 장소에서 기행문 형식으로 썼으며 서초동 향나무에서 출발해 소월로, 해방촌, 연남동, 소래포구와 충주, 익산, 통영을 거쳐 바다 건너 제주까지 두루 사색했다.

시인은 길에서 본 것들에 자신을 비춰본다. 길 위의 반성이란 밖을 돌아보는 일, 둘러보는 일, 돌보고 살피는 일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지진이 있었던 경주에선 땅의 흔들림보다 클 마음의 흔들림을 걱정하며 짐은 나눠 지고 일은 거들자 제안한다.

또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 학생들이 돌아오지 못한 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슬픔을 직시하기 두려워 피하고 말았던 날들에 미안해하고, 제자들을 살리려 분투했던 기간제 선생님들의 순직 인정 소식에 안도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