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해양문화학자들의 모임인 제11회 전국해양문화학자 대회가 11월26일부터 2박 3일간 인천에서 열린다. 전국해양문화학자 대회는 2009년 목포에서 시작하여 매년 전국의 해안도시를 돌며 개최한다. 2019년 제주도에서 개최한 10회 대회 이후 코로나19로 2년 만에 인천에서 열린다. 해양문화학자 대회는 바다와 섬에 관련된 역사, 민속, 문학, 생태, 인류학, 고고학, 문화유산, 정책, 관광, 레저스포츠, 예술 등 바다와 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소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개최 지역에 맞는 방향을 제시하는 전국 모임이다. 그동안 해양 민속자원의 활용, 해양실크로드, 바다 자원의 공유와 관리문제, 환황해권 해양교류와 미래, 해양관광과 힐링, 섬 진흥부서의 필요성 등 바다와 섬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그 결과 해양문화 진흥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고, 2019년 섬의 날이 지정된 바 있으며, 섬 진흥부서의 필요성도 논의되어 올해에 섬 진흥원이 목포에 세워진 바 있다. 이번 인천 대회는 인천광역시가 후원하며 인천연구원, 인하대학교, 인천문화재단, 황해섬네트워크, 인천 통일센터 등과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해양문화재연구소, 국립공원연구소, 한국섬재단, 영남대학교 등이 주최기관으로 참가한다.

인천광역시는 우리나라 전체 해안선의 7.2%에 달하는 1079㎞의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으며, 전국 갯벌의 29.3%를 포함하고 있고, 섬 168개를 가진 명실상부한 해양도시이다.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넓은 바다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전국 시도 중 가장 넓은 갯벌이 있다. 그런 연유로 대이작도 해양생태계 보호지역, 장봉도 습지보호지역 등 5개의 보호지역이 있고, 노랑부리백로 서식처인 신도를 비롯하여 백령도 사곳해변 등 천연기념물도 일곱 군데나 된다. 백령도 두무진은 명승지역이고,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지역은 국가지질공원이어서 장차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크다. 덕적군도의 많은 섬도 아름다운 모래사장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진귀한 산호까지 서식하고 있어 해상국립공원으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경관과 생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인천 해역과 도서의 아름다운 경관과 우수한 자연조건은 비교적 많이 알려졌으나 인천 앞바다의 해안과 섬에 관련된 해양문화는 최근에 (사)황해섬네트워크에서 발간한 교동도, 덕적도, 장봉도, 대청도 총서를 통해 일부 알려졌을 뿐 대부분 정리되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인천은 소서노가 비류 형제를 데리고 바다를 건너 미추홀로 찾아와 나라를 세운 역사가 있으며, 한강하구 관미성 전투, 삼국의 인천 해안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쟁탈, 서해 횡단항로의 거점, 고려 및 조선의 경기만을 중심으로 한 무역과 조운 등 해양 역사의 비중이 크다. 또한 섬이 많고 수산물이 풍부하니 그와 관련된 전설과 설화도 많다. 선단여의 망구할멈 전설, 백령도의 심청설화, 대청도의 원 순제 설화, 연평도의 임경업 설화 등 섬마다 지역의 특징과 어울린 설화가 있어 지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인천 앞바다는 원래 수산물이 풍부했던 곳으로 민어파시, 조기파시, 새우파시 등 풍어제와 파시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있으며, 대청도에는 포경기지가 있던 곳으로 대형 고래잡이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인천 섬들의 외국 선교사들과 종교 유입, 당산, 당집 관련 종교의 변천도 섬의 인문학적 스토리가 된다.

경기만이라는 바다와 168개의 섬 48개에 이르는 해수욕장이 있고 옹진군과 강화군이라는 섬으로만 이루어진 자치 군이 있는 만큼 섬 관광, 섬 정책도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된다. 이번 11회 인천 대회의 큰 주제는 '접경지역도서의 상생 경제발전과 평화 정착으로' 인천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할 수 있는 서해 5도서와 한강하구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 방향을 전국해양문화학자들과 논의할 좋은 기회이다.

인천광역시는 이제 서울만 바라보는 육지편향의식에서 벗어나 해양도시로 발전하고자 하는 미래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를 바다에 관한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반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 전국 해양문화학자 대회가 인천시민들에게 인천의 해양과 섬의 인문학적 소재를 발굴하고 알리는 인천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최중기 인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