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나라의 겨울을 「대륙성기후」라고 한다. 대륙의 시베리아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몰려와 추위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때쯤 우리나라 인근의 기압배치는 대체로 시베리아의 바이칼호 부근에서 발달하는 한랭성고기압과 북태평양의 난대성고기압이 대치하는 형국이다. 이때 시베리아의 고기압이 팽창하면 우리나라에 강한 북서풍이 몰아쳐 기온이 내려가고 반대로 난대성고기압이 북상하면 추위가 풀린다.

 그러나 이같은 질서가 지켜지지 않을때가 종종 있다. 대륙쪽에서 고기압이 발달할 즈음인데도 꾸물거리느라 오히려 북태평양쪽에 밀려 우리나라가 따뜻한 겨울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겨울인 만큼 시베리아고기압이 따뜻한 남쪽 바람을 쫓아내야 하는데도 반대로 남쪽 바람에 북쪽 찬바람이 쫓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이상난동」이니 「겨울실종」이니 한다.

 그런데 요즘의 날씨가 그렇다. 진작부터 예보기관들이 라니냐의 영향을 받겠다며 올겨울의 혹한과 폭설을 예보 잔뜩 겁을 주었는데 첫추위가 한차례 반짝하고는 한겨울의 봄날씨가 보름 가까이 계속된다. 여느해 같으면 12월말은 소한을 앞두고 가장 추워야 할 때이다. 그런데도 어제의 낮기온은 3월 중순에나 해당하는 기온이었다고 한다. 그러느라 한쪽에선 난방비가 절약되겠다느니 김장김치가 시어지겠다느니 즐거운 비명이요 한쪽에선 겨울장사 안된다고 울상이다. 몹씨 춥겠다는 예보만 믿고 겨울상품을 준비했다는 상인들의 푸념이 엄살만이 아니고 썰매장에서는 인공눈을 뿌리는데도 녹아내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때 서민가정에는 춥지 않은 겨울이 수월하다. 그렇지 않아도 IMF로 시달리는데 고맙다고 할 판이다. 그러나 한편 추울때는 역시 추워야 한다는 말들도 한다. 겨울에 춥지 않다 보면 다음 농사나 여름 질병등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같은 요즘 날씨를 두고 기상당국은 일시적 현상일 뿐 새해부터는 본격적 맹추위가 있겠단다. 예보가 아니라도 그때가 소한전후의 일년중 가장 추울때인 줄을 모두가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