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경합_The Battle


경기도무용단 '경합 The Battle' 선보여
권번에서 경쟁 통해 예인 되는 과정 담아
세계적 디자이너 정구호 연출 화려함 더해
▲ 경기도무용단 '경합_The Battle' 공연 사진. /사진제공=경기도무용단

하이얀 옷깃이 나빌레라 두 여인이 마주한다. 설익었던 두 여인은 날이 지날수록 점차 홍과 청으로 물들어간다. 춘앵무와 검무로 겨뤄대던 여인들은 권번 최고의 예인으로 거듭나면서 가을철 탐스러운 열매와 같이 마침내 무르익어간다.

경기아트센터가 지난 9월30일부터 10월3일까지 경기도무용단 레퍼토리 시즌 신작 '경합(競合)_The Battle'을 선보였다.

경기도무용단만의 새로운 비주얼과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경합_The Battle'은 경기도무용단과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아 큰 기대가 모아졌다. 무용단 상임안무가 최진욱이 안무를 맡고, 무대 미학의 대가이자 패션디자이너인 정구호가 연출을 비롯한 무대, 의상, 소품, 조명 등 공연의 모든 비주얼을 총괄했다.

'경합_The Battle'은 조선시대 후기 '수원 권번'을 배경으로 하는 무용극으로, 권번 내 기생들이 최고의 예인이 되기 위해 펼치는 경합 과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한국무용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내며 작품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연출가 정구호는 간결하고 정제된 미장센에서 벗어나 마치 로코코 시대를 연상케 하는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의상, 세련되고 입체적인 무대를 준비했다. 이를 통해 화려하고 아름다운 현대적 권번을 재창조했다.

▲ 경기도무용단  '경합_The Battle' 포스터. /사진제공=경기도무용단
▲ 경기도무용단 '경합_The Battle' 포스터. /사진제공=경기도무용단

이번 공연에서 권번은 조선시대 후기 기생들의 한이 서린 슬픈 공간이 아닌 예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권번에서 예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예비 기생들의 모습을 마치 현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진행하는 스타 육성 과정,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에 투영해 새롭게 표현했다.

또 권번을 배경으로 다양한 교육 과정, 학생들의 우정,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를 연희와 초희라는 두 소녀를 통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공연에서는 춤추는 안무가이자 작곡가인 김재덕이 현대음악 작곡을 맡았고, 춤추기 좋은 장단을 만드는 유인상이 전통음악을 맡아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무는 무용단 상임안무가 최진욱과 협력안무가 정보경이 담당했고, 스토리 무용극의 특성에 맞게 극적인 요소와 전통 권번 춤을 조화롭게 구성했다.

정구호 연출은 “예인들의 권번을 아이돌 그룹을 키워내는 오늘날 엔터테인먼트에 비춰 표현했다. 어린 소녀들이 모여 다양한 장르의 문학, 시 등 교육 과정들을 답습하며 아름다운 예인으로 성숙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 그동안 연출한 작품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대였다”고 평했다.

이우종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역사적인 공간인 권번에서의 예인들의 삶을 기억하는 작품이자, 전통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더 해 한국무용의 아름다움과 우수함을 선보이는 경기도무용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합_The Battle'은 공연 영상화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속해서 시도해 온 다양한 공연 영상화 작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구호 연출의 미학적인 무대뿐 아니라 무용공연의 특징인 움직임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고품질 공연 영상 제작이라는 목표 외에도 온라인 공연 소비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대중과의 접점을 확장하기 위해 국내외 OTT 플랫폼에도 배급할 계획이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