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 왕숙영 옮기고 엮음, 소명출판, 348쪽, 1만8000원

왕숙영 인하대학교 문과대학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가 제자들과 즐겼던 일본의 옛 시를 모은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를 엮어냈다.

이 시집은 의미와 연상에 따라 자유롭게 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시, 와카(和歌), 가요, 하이쿠(俳句)와 같은 일본 시가를 장르 구분 없이 편집됐다. 그동안 일본 시가가 주로 장르 중심으로 소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파격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계절과 시간의 추이에 따라 자연과 인간의 이치를 추구하는 일본 고전시가의 본령을 지켜 전체적인 흐름은 계절을 따랐고 여기에 사랑과 이별, 가족 등 인간 희로애락의 감정과 상황을 엮어 넣었다. 사랑할 때, 이별했을 때, 가족을 생각할 때 등 다양하고 평범한 인간적 상황에서 간명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을 찾고 있다면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아울러 대체로 짧은 형식의 시들이지만 고아한 품위가 있는 와카와 담백하고 개방적인 하이쿠, 익명성이 돋보이는 가요의 자유분방함과 한시의 선명한 메시지 등 장르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일본 옛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번역시와 더불어 일본어 원문이나 로마자 발음을 병기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도 로마자 발음에 따라 원문의 리듬과 맛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간단한 해설을 덧붙여 각 시의 감상을 도울 수 있도록 구성하기도 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