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토론회 참석자들이 ’자유공원‘의 이름 변경과’ 맥아더 동상‘ 이전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인천 자유공원의 옛 이름을 되찾고 맥아더 동상을 전쟁기념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민단체 토론회가 15일 개최됐다.

인천자주평화연대(상임대표·이성재)는 이날 오후 민주노총 인천본부 1층 교육실에서 ‘자유공원 정명(正名)과 맥아더 동상 정치(正置)’을 위한 ‘2021 인천지역 시민사회 토론회’를 진행했다.

양재덕 인천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평화도시 인천이 전쟁의 역사를 극복하고 평화를 향해 나가고 있는 만큼 역사적 사명을 다한 맥아더 장군 동상은 전쟁박물관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 양재덕 인천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쓴 동양평화론에서 ‘동아시아 평화 구축을 위해 중국 대련에 만국평화공원과 같은 공간을 만들 것’을 제안했지만, 결국 이런 소망이 이뤄지지 않았고 동아시아와 태평양은 전쟁에 휩싸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자유공원의 이름을 만국평화공원으로 바꾸는 것은 단순히 이름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돼 성과를 이뤄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 순서에서는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와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이 발제에 나섰다.

▲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가 ’반공도시 인천의 역사와 평화도시를 향한 지향-자유공원을 만국평화공원으로‘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 연구교수는 ‘반공도시 인천의 역사와 평화도시를 향한 지향-자유공원을 만국평화공원으로’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자유공원을 만국평화공원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자유공원은 서양인들에 의해 1888년 서구식 공원으로 조성될 당시에는 각국 공원, 외국공원이라고 불리다가 이후 만국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1922년 일본인들이 중구 해안가의 인천 신사(인천여상 자리)를 중심으로 ‘동공원’을 조성하면서 맞은편의 만국공원을 ‘서공원’으로 명명했으나, 1945년 광복 이후 ‘만국공원’이란 이름을 되찾았다.

그러나 반공을 국시로 하던 이승만 정권이 인천상륙작전 7주년을 기념한다며 맥아더 동상을 세우고 그 이름도 ‘자유 공원’으로 바꿨다.

이 교수는 “자유공원은 1919년 3.1 운동 직후인 4월 2일, 한성 정부 13도 대표자가 모여 파리평화회의 대표자 파견과 ‘조각명단’을 추인한 독립운동사의 기념비적 장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공원에서 자주독립 정부 수립의 꿈을 꾸면서 파리평화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했던 민족운동가들의 ‘만국평화주의’의 의미를 되살려 ‘만국평화공원’이라는 명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한국전쟁의 상처를 가장 많이 입은 인천에서 한반도 평화를 공간적으로 선취해 동아시아 평화를 항구적으로 구축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이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인천상륙작전은 극동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었으며, 한민족의 이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1948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정초한 NSC8과 인천상륙작전을 통한 38선 이북으로 전쟁 확대, 1950년 11월 만주 핵 공격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자국의 국가안보 이익’이 최우선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중심에 있던 인천상륙작전은 38선 이북으로 전쟁 확대를 통해 미국의 안보를 공고히 하려 했던 전투였고, 이런 이유로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면서 한국과 한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6.25 전쟁 과정에서 네이팜탄을 비롯한 무차별적 폭격과 포격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살상되리라는 것이 충분히 예측 가능했지만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은 특히 “맥아더는 중공군의 개입 당시 만주에 핵무기를 투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본에 핵무기를 투하했던 미 전략공군사령부도 소련으로 전쟁이 확대될 경우 100개 이상의 원자폭탄을 소련 도시에 투하하는 ‘세이크다운 작전’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 이민우 인천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가 평화도시 인천에 걸맞게 맥아더 동상의 이전과 자유공원의 이름이 재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재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 순서에서 이민우 인천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맥아더 동상의 원래 계획된 위치는 월미도였지만, 만국공원에서 성대한 제막식을 치른 뒤, 지금의 자리에 세우고 공원의 이름도 바꿔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최기선 시장 때 이미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으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됐다”면서 “인하대와 경인여대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이미 철거됐고 대전 배제대에서도 철거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맥아더 동상의 이전과 자유공원의 이름도 평화도시 인천에 걸맞게 재구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윤미경 인천시민사회연대 공동대표가 자유공원 명칭 변경과 맥아더 장군 동상 이전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윤미경 인천시민사회연대 공동대표는 “맥아더 장군 동상과 자유공원의 명칭 문제는 진영과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용당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어떤 정치인 한 사람으로 인해 동상이 옮겨가거나 이름이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전쟁이 평화로 옮겨가려면 시민들의 공감과 일반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변화돼야 한다”면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시민들이 함께 하는 논의의 장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사진=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