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기본 조례안' 철회 요구
“지자체 업무 전가…법적근거 없어”
▲ 인천경찰직장협의회가 8일 인천시청 앞에서 '자치경찰 취지 상실 인천시 대중교통 조례제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 고유 업무를 경찰에 전가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남경훈 수습기자 hoon2@incheonilbo.com

지하철 전동차 내 임신부 배려석 단속 업무를 경찰에게 맡기는 인천시의회의 조례 개정안을 두고 지역 경찰관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7월 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된 가운데 ‘지자체 고유업무’를 경찰이 떠맡게 되는 상황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천경찰직장협의회(이하 직협)는 8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발의된 '인천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신은호 시의회 의장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 제6조 3항에는 '지하철경찰대는 전동차 순찰 시 임신부 외의 승객에게 임신부 전용석을 비워둘 것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직협은 이에 대해 “지자체 조례 적용 대상도 아닌 지하철경찰대에 지하철 운영주체나 지자체의 업무를 전가하는 조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치경찰 사무 종류와 범위를 상세하게 정한 경찰법에 배치되며 자치경찰 사무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 인천시장이 인천경찰청장과 협의를 하도록 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조항은 인천경찰청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달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심의에서 '권고하도록 한다'는 강행규정에 '권고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일부 수정됐다.

그러나 인천경찰청은 강행·임의규정 여부와는 관계없이 해당 조항이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관련 업무를 서울교통공사 직원(지하철보안관)이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반대 사례로 제시했다.

이태식 직협 위원장은 “이번 조례가 통과되면 앞으로 '권고'라는 형식을 빌려서 쓰레기 투기나 버스 노약자석 착석을 금지하는 사무도 경찰이 떠맡게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직협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천시의회로 이동해 의장 사무실에 항의서를 전달했다.

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찰 입장은) 지하철 배려석은 교통약자법에 따라 교통사업자가 설치하는 만큼 단속 업무도 지자체나 운영주체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 설령 배려석을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의 적극적인 제재 방안도 없고 소극적인 '권고' 행위에 그쳐야 하기 때문에 더욱 반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배려석에 대해 강제 규정이 없어 단속이 어려운 건 맞다”며 “경찰 입장은 조례에 대한 것으로 공사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관계된 부분도 없으며, 임산부석은 일반석과 다른 색으로 설치해 시인성을 높이고 방송을 통해 자리 비워두기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