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처음 만나는 최전선' 제주의 역사·문화 들춰 보기
▲ 제주기행, 주강현 지음, 도서출판 각, 472쪽, 2만5000원
▲ 제주기행, 주강현 지음, 도서출판 각, 472쪽, 2만5000원

하멜의 제주도 표류는 우연이 아니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바타비아(현 자카르타)로부터 포모사(대만), 나가사키에 이르는 항해로에서 조금 이탈한 스페르베르호가 제주도에 표착했기 때문이다. 하멜이 일본으로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나카사키를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서양인 표류는 제주도를 세계사의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의 무수한 탐험과 조사가 제주 항해로에서 벌어졌다. 표류는 그 어떤 경우에도 국제적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제주도는 하멜 표류에서 보이듯 머나먼 변방이 아니라 세계와 처음 만나는 최전선이었다. (303쪽)

2011년 발간된 <제주기행>이 대대적인 개정증보를 통해 결정판본으로 출간됐다. 출판사 역시 제주의 토종 출판사인 도서출판 각으로 옮겼다.

일산 정발학연과 제주도를 오가며 해양문명사 연구와 저술에 몰두하고 있는 저자 주강현은 토착민보다 면밀히 살피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드러냈다. 책은 제주문화의 표피를 걷어낸 제주의 역사와 문화사에 얽힌 다양한 배면사를 드러낸다.

그는 제주와 관련된 17개의 주제를 가려 뽑아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인문 시선으로 포착해 자칫 놓치게 될 제주문화상의 본질을 탐구하고 소개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