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올라갈수록, 가정경제 나쁠수록 '걱정·불안'…자아존중감도 하락, 학생 20% '상담 희망'
위센터, 전문의 위촉 주 3회 고위험군 특별상담…감정시그널·마음다짐 등 학교 집단 프로그램도
▲ 학생들이 위센터가 운영하는 '일상의 위(Wee)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 학생들이 위센터가 운영하는 '일상의 위(Wee)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는 학생들의 생활에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등교가 중단돼 온라인 수업이 익숙해졌고 외부로 체험학습을 가거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 소통하는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렸다. 가정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학생이 증가했다. 학습 결손뿐 아니라 이제는 정서적인 공백까지 챙겨야 할 상황이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이 내놓은 '학생 심리 정서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전보다 걱정과 불안함, 울적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 위(Wee)센터는 학생들의 정서 회복과 심리 지원을 위해 '심리방역'의 하나로 전문치료사 중심의 다양한 일상 회복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공감과 배려를 통해 학생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겠다는 의지다.

 

코로나19로 변화한 학생들의 일상

전국교육정책연구소가 인천 초·중·고 학생 32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걱정이 늘었다는 학생이 45.2%로 집계됐다.

걱정을 제외한 항목에서 대다수의 학생이 이전과 심리 상황이 비슷하다는 응답을 했으나 학년이 올라가거나 가정 경제 상황이 나쁠수록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늘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이 높았다.

실제 조사에 참여한 고등학생 중 걱정이 늘어난 비율이 54.6%, 불안이 늘어난 비율은 50.8%로 조사됐다. 가정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학생 중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생각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5%, 죽고 싶다는 생각이 늘어난 비율은 23.8%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학생들의 자아존중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생 10명 중 3명은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는 응답을 택했다. 또 응답자 10명 중 5명에 해당하는 56.28%의 학생이 '코로나19 이후 나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전문상담과 심리검사를 받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등으로 마음이 힘들 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20.2%의 학생이 '전문상담'을, 19.9%는 친구 관계를 지속할 소규모 활동을 희망했다.

 

학생 마음건강 챙기는 '위(Wee)센터'

위센터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질문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위센터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질문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책임지는 인천시교육청 위(Wee)센터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다양한 심리방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학교의 일반 학생과 자가격리 학생 등을 위해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혼란스러운 환경에 놓인 학생이 겪는 심리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것이다. 자가격리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검사링크를 받아보도록 했다. 검사 결과 고위험군으로 선별되면 위센터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정신 건강 고위험군으로 파악된 학생들은 필요할 경우 전문의 도움을 받는다. 주 3회 인천참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학생들을 위한 마음건강 치료 특별 상담을 펼친다. 위센터가 위촉한 정신건강의학과 위촉 자문의도 정기적으로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챙기고 있다.

 

찾아가는 학생 심리회복 프로그램

학교담당자가 시교육청 위센터에 심리회복 프로그램을 신청할 경우 찾아가는 상담 활동도 진행한다. 학생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를 고려해 집단 프로그램을 구성, 자격을 갖춘 전문치료사가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맡는다.

프로그램은 초·중·고교생 수준에 맞게 운영된다. 다양한 감정을 탐색하고 친구들과 감정을 주제로 빙고 게임을 진행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감정빙고', 감정을 통해 나의 상태를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다짐을 공유하는 '마음다짐', 머릿속 스트레스를 시각화시켜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스트레스 솔루션',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 밑에 숨겨진 욕구를 찾아보는 '감정시그널'들로 이뤄져 있다.

이 외에 학생들의 일상을 회복하는 '일상의 위(Wee)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활동을 체험하며 긴장감과 압박감을 완화하고 부정적 정서를 환기해 심신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은 매듭공예와 원예치료 등이 있다.

한편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온라인상담도 가능하다. 심리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은 평일(월~금)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사이에 카카오톡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교내 확진자 발생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거나 불안을 느낄 상황을 고려해 학교 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심리지원 체계를 구축, 운영 중”이라며 “장기간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 정서적 회복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