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이 오늘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들어간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하는 것이다. 새 자치단체장들은 청운의 뜻을 품고 선거에 출마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오늘부터 그 뜻을 펼 수 있게 됐다. 모두 큰 포부를 가지고 있고 포부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상도 가다듬었으리라 본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 취임하는 자치단체장들은 자치단체장 민선제가 부활된 이후 세번째 지방정부를 이끌게 된다. 3대 지방정부인 만큼 1, 2대 지방정부가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1, 2대 지방정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기대했던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자치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고 구태의연한 행정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못했다. 오는 출범하는 3대 지방정부에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따른다.
 하지만 주민들은 새 지방정부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예단부터 하고 있다. 극심한 정치불신이 낳은 결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의 정치불신은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저의 투표율로 이미 표출됐다. 50%에도 못미치는 투표율은 정치불신의 도를 넘어 정치혐오를 보여준 것이었다.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는 극도의 정치불신은 새 지방정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신뢰회복이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길은 단 한가지뿐이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실천하는 것이다. 주민생활을 규제하지 않고, 주민생활을 돕는 행정을 펴야 한다. 주민을 위한 행정은 민의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이 솔선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 된다. 신뢰회복은 단시간내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정말 달라졌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