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켜면 '백종원'이다. 본방송은 물론 재방송들까지 쏟아진다. 현재 나가고 있는 본방송만도 월_수_목_금으로 이어진다. 돌아보면 거의 10년도 넘게 그의 요리 얘기와 함께 해왔다. 그런데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새로운 포맷의 백종원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인다. 보는 눈이 높은 평론가들은 “식상하다”고 한다. 그러나 PD들은 “그만한 대체 자원이 없다”고 한다. 서부 충남 사투리는 너무 유들유들하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백종원이 하면 오히려 정겹다고 하니, 그래서 오래 가는 것인가.

▶백종원은 대기업 오너들이나 소환됐던 국정감사에도 불려나갔다. 2018년 10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이다. 의원들은 음식점 업자가 왜 호텔에까지 진출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호텔에도 저렴하고 맛있는 한식집이 있으면 고객에도, 호텔에도 좋을 것”이라 답했다. 더 이상 시비가 나아가지 못했다. 이번엔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물었다. 이때부터 국감장은 그의 강연장이 됐다. 너무 쉽게 식당 영업권을 내주는 정부 정책이 무책임하다고 했다.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도 돼야 하죠”라고도 했다. 시비를 걸어오는 의원들에는 “진짜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라며 반박도 했다. '백종원 사이다 발언' 동영상이 퍼져 나가며 청문회 스타에 올랐다.

▶청문회에 불려나가게 된 게 '백종원의 골목식당'(SBS)이다. 기획 취지는 이러하다. '하루 3000명이 식당을 열고 2000명이 폐업한다. 모든 식당은 나름의 걱정과 문제를 안고 있다. 요식업 대가 백종원 대표가 이들 식당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내놓는다.' 골목식당을 보다가 가끔씩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다. 취업 절벽에 갈 곳이 없어 갓 식당을 차린 청년 자영업자 얘기들이다. 그는 이들 청년을 만나 정치인들처럼 입에 발린 위로의 말만 늘어놓지 않는다.

▶지난 2월 서울의 어느 덮밥집 청년에게는 멱살잡이까지 하며 “이럴려면 당장 집어 치워라” 했다. 이런 과정 끝에 해피엔딩을 맞는다. 최근 경기도의 한 닭갈비집 청년 사장 얘기도 눈물겹다. 청년의 부모는 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 신세. 아들의 은행 대출로 막 문을 연 식당. 그러나 청년 사장은 아직 주인의식도 없다. 백종원의 노발대발과 청년 사장의 회한의 눈물. 요즘 시청자들은 특히 '꼰대'를 싫어하는 편이다. 그러나 백종원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비판이 없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 대중들과 감정을 주고받는 콘텐츠 때문일 것이다. 지난 봄 누군가가 '백종원 같은 대선 후보'를 언급했다. 요즘 날뛰는 그 많은 자칭 대선 잠룡(潛龍)들을 보노라면 과한 말도 아닌 것 같다.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