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미반환 사례 잇따라
지난해에만 2400여건 발생
도움 청해도 대책 제시 부족
피해자 “홀로 대처” 하소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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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피해자는 어디서 구제 받아야 하나요.”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A(34)씨의 카톡 프로필 문구는 ‘끝’이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막다른 절벽 ‘끝’에 내몰려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서다.

A씨는 전세 사기 피해자다. A씨는 서울에서 월세를 살다 지난 5월 은행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안심전세금대출 상품을 소개받아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을 전세로 구했다.

기존 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A씨의 기대는 그러나 곧 물거품이 됐다. A씨로부터 전세금 1억5000만원을 받은 집주인이 은행 대출 실행 당일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부동산부터 은행, HUG 등 구제 방안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모두 ‘다른 기관에 문의해 봐라’, ‘민사 등으로 알아서 해결해라’는 답변을 받는 게 전부였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깡통전세’ 문제 등 임대기간이 끝난 후에도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거나 A씨처럼 계약 과정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5일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건수는 지난해 2400여 건으로 2018년 370여 건에 비해 약 7배가량 늘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이 촘촘하지 않다는 점이다.

A씨는 “그동안 이런 피해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어디서도 도움받지 못하고 혼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줄 몰랐다”며 도대체 어디서 구제 받아야 하냐고 호소했다.

A씨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부터 해당 오피스텔에 들어와 살고 있다. 임차권 등기도 완료했지만 이전 세입자 등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자에 밀려 최후순위다. 향후 오피스텔이 경매로 넘겨지더라도 A씨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A씨는 “최근 대출 중개인으로부터 은행이 기한이익상실(대출금회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인생이 한순간에 나락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A씨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소재 불명인 상황으로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건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A씨와 관련해 HUG 관계자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제도에 따라 임차인이 신청하면 대항력을 갖췄는지 여부 등을 심사해 보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