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 수필 평론부터
문예지에 실린 단평까지 …
한국수필 위상 재정립 시도
▲ 통찰과 사유의 시선, 엄현옥 지음, 도서출판진원, 312쪽, 1만5000원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수필(隨筆)'의 뿌리와 줄기를 파헤쳐 새롭게 위상을 정립한 평론집이 나왔다. 인천의 중견 수필작가 겸 문학평론가인 엄현옥 작가가 문학평론집 <통찰과 사유의 시선>을 펴냈다.

인천 남동구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지원받은 이 평론집은 현대 수필 작가뿐 아니라 한국의 근대 수필과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까지 폭넓게 다루며 작품의 진수를 파헤치고 있다. 특히 최초로 '수필'이란 용어가 나오는 연암의 <일신수필> 면면을 통찰해 한국 수필의 위상 재정립을 시도한다.

또 인천 출신 김동석의 작품을 사색적인 수필과 비판적인 수필로 각각 분류해 수필의 문학성과 현실 참여를 주창한 작가의 작품 경향성을 깊이 있게 주시한다.

일상성을 벗어나 '낯설게 하기'의 수필기법 적용은 물론 일상이되 일상의 단순한 기록이 아닌 비판적 성찰, 소재의 작품화 과정에서 부여하는 의미화 전략, 수필 장르의 미학적·창의적 작품성을 강조하고 있다.

<통찰과 사유의 시선>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수필문학사에 획을 그은 원로 문인의 작품에 대한 평론, 2부는 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 세계와 서평, 3부는 문예지에 발표한 단평을 싣고 있다. 4부는 수필집 <해변의 시>의 작가이자 시인과 평론가로 활동하며 1940년대 순수문학의 이념 논쟁으로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옹호했던 김동석의 수필, 조선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따끈따끈한 세상 이야기를 신바람 나게 들려준 연암의 <열하일기>, 격동기를 살아온 지식인으로서 생활인의 흔적과 고뇌가 담긴 루쉰(魯迅)의 잡문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에 등장하는 인물 탐색 등 총 25편을 담았다.

▲ 엄현옥 작가
▲ 엄현옥 작가

엄 작가는 책머리에서 “수필집 한 권을 정독하는 일은 작가의 삶과 세계관을 만나는 뜻깊은 일이다”며 따뜻한 시선을 내비친다.

엄 작가는 <수필과 비평> 수필 등단, <수필시대> 평론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 그동안 인천문학상, 신곡문학상, 민들레문학상, 한국산문문학상, 청향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학특구인 장흥군 천관산문학공원에 <나무> 문학비가 세워져 있으며 그의 수필 '얼룩 동사리를 생각하며'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더 텍스트)에 수록됐다.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인천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클럽, 북촌시사, 월간 <수필과 비평>, 등에서 창작과 평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