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으로서 불리한 경쟁, 이기는 법을 연구하다


▲'원팀'이 승리한다

균형발전 명분서 비수도권과 싸움 쉽지 않아
특히 미래먹거리 '바이오' 경우 더욱 가열돼

'대전 유리하다' 예상깨고 유치할 수 있었던 건
시·정치권·대학·기업 하나로 뭉쳤기에 가능


▲'소통'이 필요하다

지자체장 '의전'부서로 여기던 과거와 달리
지역마다 서울·세종사무소 규모 확대 추세

정부정책 동향 및 국회의원 상시 대응 필수적
인천의 입장 적극 알려 지역현안 해결에 노력

최근 인천시가 바이오 분야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케이(K)-바이오 랩허브' 정부 공모 사업을 송도국제도시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K-바이오 랩허브'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를 배출한 미국 보스턴의 '랩 센트럴'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송도국제도시는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와 함께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에 양 날개를 달게 됐다. 전국 11개 지방정부가 참여한 치열한 경쟁 끝에 인천시와 시민, 지역 정치권, 그리고 대학과 바이오기업 등이 팀을 이룬 '3각 편대'가 만들어낸 성과다. 그리고, 인천광역시 중앙협력본부가 '3각 편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앙협력본부는 서울 여의도에 자리잡은 인천시의 행정조직이다. 중앙 정부와 국회에서 인천의 눈과 귀가 되어 동향을 살피고, 손과 발이 되어 사업 주무부서를 뒷받침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김은경(47) 중앙협력본부장을 만나 지방정부간 경쟁이 벌어지는 최일선의 상황과 각오를 들어봤다.

▲'원팀 인천'이 만들어낸 'K-바이오 랩 허브' 유치

“중앙 정부가 가진 파이(자원 총량)를 어쩔 수 없이 나눠야 하고, 지방정부로서는 조금이라도 더 가져와야 하기에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은경 본부장은 지방정부간 경쟁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도권에 비해 상황이 열악한 비수도권에서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때문에 인천으로서는 수도권이라는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물산업 클러스터구축 사업(대구), 스마트시티 시범사업(부산·세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는 특히 경쟁이 치열한 부문이었다. 'K-바이오 랩 허브' 공모사업도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 11개 지방정부가 뛰어들었다. 대전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각축 끝에 인천이 유치해 낸 배경에는 '원팀 인천'이 있었다.

김 본부장은 “일자리경제본부를 중심으로 인천시가 발빠르게 준비했고, 지역구 국회의원들께서도 적극 나서주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기업들과 대학들이 동참하고, 연수구를 중심으로 시민들도 서명운동을 벌였다”며 “K-바이오 랩 허브 유치를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천현안 해결 위해서는 상시적 대응이 중요

“서울에서 멀지도 않은데 굳이 중앙협력본부를 따로 둬야 하느냐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산적한 인천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와 국회는 물론, 다른 지방정부와도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협력본부는 현재 서울 여의도에 서울사무소와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세종시에 세종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근무 인원은 모두 8명(파견 2명 포함)이다. 각 시·도에서 서울에 사무소를 설치하기 시작할 당시에는 시장이나 도지사 등 고위 공무원들의 출장을 지원하는 의전부서처럼 여겼다. 하지만, 지방정부간 경쟁의 최일선이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근무인원도 다른 시·도는 20여명 남짓으로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인천시 중앙협력본부도 2008년 설치된 이후 처음으로 8월4일 현재보다 큰 사무실로 확장 이전한다. 새 사무실에는 회의나 간담회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 정책의 동향을 파악해 해당 부서에 전달하거나 인천현안과 관련된 법안에 대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물론, 해당 상임위원들과 소통하면서 상시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다”며 “단독으로 수행하는 업무는 없지만 중앙 정부와 관련된 모든 인천시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인천현안과 관련된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다. 인천고등법원 설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 서해평화협력청을 설치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 인천공항이 항공정비사업, 항공전문인력양성, 그리고 공항경제권을 위한 주변지역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김 본부장은 “인천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국회를 찾아가 인천의 입장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인천을 위해 언제나 '을'이 돼야 하는 입장이지만 인천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삶과 유리되지 않은 정치 실천이 꿈

“'내 삶이 곧 정치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삶 자체가 정치입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정치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인하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본부장은 2018년 민선7기 전반기 인천시 대변인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했다. 정치학도들에게 강조한 것은 '삶과 유리되지 않은 정치'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박사학위 논문(박정희 체제의 지배양식에 대한 비판적 연구: 음악정책을 중심으로, 인하대 2010)에서 음악이라는 일상의 영역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본부장은 “듣기에 편안한 '협화음'에서는 소외되는 음계가 생기지만, 낯설게 들리는 '불협화음'(12음계)에는 어느 음계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더 다양한 음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을 음악에 빗대 표현했다.

# 김은경 본부장은 …

김은경 중앙협력본부장은 군인인 아버지가 근무하던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6살때 인천으로 올라와 산곡초·북인천여중·부평여고를 거쳐 인하대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인하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하대, 경인교대 등에서 정치학을 강의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미래전략 특보와 더블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았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캠프에 참여했다.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인천시 첫 여성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김 본부장은 시 대변인을 역임하면서 업무능력이 탁월하고 강한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