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성이 약자인가' 의심 눈초리 많지만
여전히 생존위협 받는 위치인 건 영화 보면 알 수 있어
많은 오해·편견에 혐오시대 사는 여성 지치지 말고 나아가길
▲ 류부영 인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페미니스트'가 또 다른 여성 비하의 용어가 돼 버렸다고 말한다.

성 소수자 3명이 최근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인천여성영화제 집행부 사이에서도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소수자와 약자들도 살고 모두 함께 살아야 하니까 지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데 뜻을 모았다. 이번 영화제 표어가 '오늘을 단단하게 걷는다'로 정해진 것도 그런 이유다. 류부영 인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혐오의 시대를 관통하는 여성들의 걸음이 단단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전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

류 위원장에게 이번 영화제는 또 남다르다. 여성혐오·남성혐오·페미·한남 등의 용어가 나오게 된 근본적인 배경도 이제는 알 수가 없게 무분별하고 공격적인 형태로만 서로를 할퀴는 시대에서 열리는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운동가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아요. 또 다른 여성 비하의 용어가 돼 버렸죠.”

그는 너무 많은 오해와 편견들이 여성과 남성을 대립 구도로 보게 하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여성이 약자인가 하는 데 대한 의심이 있습니다.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여성들의 희생과 투쟁을 바탕으로 예전보다 나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민주주의나 경제, 인권 등의 분야에서 우리 사회 전반이 성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하기도 하죠.”

특히 남성의 권력이 지금의 중년층에 쏠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대 젊은 남성들이 스스로 '역 성차별'을 당한다는 생각에도 동의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류 위원장은 영화라는 아주 보편적인 매체를 통해 여성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자각하는 여성영화제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성이 약자이며 생존의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위치라는 것을 이번에 준비한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은 변규리 감독의 '너에게 가는 길'이며 폐막작은 이란희 감독의 '휴가'로 선정됐다.

 

#불편하고 힘든 이야기, 그래도 알아야 할.

류 위원장은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겁고 듣기 싫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풀어가야 해요. 모든 보편적 여성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억압이나 고통이 일상 속에 만연해 있다는 걸 마주하는 자체가 중요하죠.”

류 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를 나흘간으로 끝내는게 아니라 곳곳에 찾아가는 서비스로 영화제를 이어가려 한다.

“상영작 25편을 고르기 위해 100편이 넘는 영화를 봤습니다. 기관 등 원하는 곳이 있다면 상영관을 옮겨 영화를 같이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제17회 인천여성영화제는 영화공간 주안에서 7월8일 오후 6시30분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까지 총 4일간 개최된다.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여성주의와 관련된 포럼과 강의도 진행된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