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발생시 을 책임' 계약서 입수
고발장 접수…업체대표 소환 계획
부실 우려 현행법상 원칙적 금지
대표 “실제 이행하지 않아” 반박
인천 LNG 인수기지 전경. /인천일보DB

인천 LNG 인수기지 내 신축 건물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와 관련해 '불법 하도급'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조만간 이런 의혹에 휩싸인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4일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 등에 따르면 인천 한 전기공사업체인 A 업체는 2019년 3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인천생산기지 비상출동 대기시설 전기공사' 입찰에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공사 금액은 9억440여만원이다.

연면적 475㎡의 비상출동 대기시설은 LNG 인수기지 근무자들이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머무는 숙소로 지난해 12월4일 준공됐다. A 업체는 이 시설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를 맡았다.

그러나 이 업체는 공사 권한과 책임을 또 다른 B 업체에 넘기고 공사 금액 일부를 지분 형태로 챙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른바 불법 하도급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인천일보가 입수한 '하도급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는 해당 공사에 대해 “하도급을 줄 수 없다”고 못 박았지만, A·B 업체가 작성한 계약서에는 '을(B 업체)은 공사 현장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과 관리, 조정, 정산, 준공, 하자 등 권한과 책임을 대표해 갑(A 업체)의 지분을 책임 시공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금액에 대한 실행 예산액은 5억7760여만원이며, 갑의 지분 공급가액에서 각종 보험료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정해 을에서 책임 관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을은 갑이 제공한 대표·사업자 통장을 사용해 자재비와 인건비를 정산하고 두 업체 간 정산금이 발생했을 때는 해당 통장을 토대로 정산 대가를 지불하도록 했다.

'공사와 관련해 재해가 발생하면 을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항도 넣었다. 이 계약서 작성일은 2019년 10월1일로 돼 있다.

현행법에서는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연수경찰서도 이런 내용을 파악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불법 하도급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두 업체에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 행위를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A 업체와 B 업체 대표 등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업체 대표는 “B 업체에 하도급을 준 적이 없다. 우리가 직접 공사를 했으며 다만 공사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해 B 업체 대표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실은 있다”고 해명했다.

하도급 계약서 작성 경위에 대해선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 이행하지는 않았다. 불법 하도급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