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선택이 아닌 필수

5g: 현대인들이 1주일에 먹는 미세 플라스틱 양

100년: 플라스틱 병이 썩는데 걸리는 시간

180만 개: 비닐봉지 1장이 분해될 때 미세 플라스틱의 수

5,000억 장: 전 세계에서 해마다 소비되는 비닐봉지 수

제주도 중문색달해변에서 방생한 지 11일 된 붉은바다거북의 몸속에서 200개가 넘는 플라스틱이 나왔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환경과 동식물을 해치고, 미세 플라스틱은 이제 우리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증하자 심각성을 절감한 시민들이 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텀블러, 장바구니 사용, 개인 용기에 음식 포장 등 제로 웨이스트 실천 사례가 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일상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0(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친환경 운동이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따라 롯데 칠성음료,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역시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하는 제품을 파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도 늘고 있다. 인천 지역에는 남동구 구월동 ‘소중한 모든 것’, 서구 청라국제도시 ‘지구별수호대’, 중구 영종국제도시 ‘채움소’ 등의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있다.

 

친환경 제품에는 무엇이 있나

잇츠뉴스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해 이용해보면서, 기존 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조목조목 비교해봤다. 대나무 칫솔 3000원, 친환경 수세미 5000원, 허니랩키트 8300원, 면 마스크 1개 8000원, 거품 없는 물세제 7389원(500g당 9000원)이다.

 

▲비닐랩 대체품, 허니랩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비닐봉지와 비닐랩. /사진제공=연합뉴스

기존 제품인 ‘비닐랩’은 플라스틱 폴리에틸렌제의 얇은 막으로 만든다.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비닐봉지, 비닐랩 등은 어떤 식품이든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어 상용화됐다. 그러나 비닐랩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마트에서 생선류, 육류를 포장한 비닐랩에도 ‘재활용 불가능’이라는 마크가 붙어있다. 비닐류 포장지는 매립지, 소각장 그리고 바다에 버려진다. 바다로 흘러간 비닐 포장지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으로 분해된다.

허니랩 키트로 완성한 허니랩./사진=최현민 수습기자
허니랩 키트로 완성한 허니랩. /사진=최현민 수습기자

‘비닐랩’의 대체 제품으로, 친환경 식품 포장랩이다. 허니랩은 2018 한국일보 베스트 신상품 수상 및 2019 올해의 녹색상품으로 선정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목화면에 꿀벌의 벌집을 녹인 밀랍, 소나무에서 채취한 천연수의 송진, 코코넛에서 짠 오일 등 천연재료를 녹여 만들어졌다. 밀랍이 방수 기능을, 송진이 접착 기능을 하고, 오가닉 오일이 광목천을 부드럽게 만든다. 밀랍과 송진에 항균력이 있어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고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열에 약한 허니랩의 특성상, 뜨거운 음식은 식힌 후 사용해야 한다. 손 온도를 이용해 꾹꾹 눌러주면서 포장하면 된다. 랩에 묻은 얼룩이나 음식물 등은 흐르는 차가운 물에 씻으면 된다. 6개월 이상 재사용할 수 있다.

 

▲일반 세제 대체품, 거품 없는 물세제

일반 세제가 모여있는 세제 코너. /사진제공=연합뉴스

일반 세제에는 인공색소부터 파라벤, 계면활성제 등 각종 유해성분이 포함돼 있다. 가장 흔한 성분은 파라벤. 제품의 세균 번식을 막아주는 방부제 같은 성분이다. 그러나 방부제는 고환암이나 유방암 등 각종 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있도록 하는 성분이다. 거품을 내며, 컵이나 그릇에 묻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계면활성제가 물에 깨끗하게 씻어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잔류성분이 식기류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식기류에 남은 잔류성분은 체내에 들어간다. 특히 원가가 저렴한 석유계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제품들은 피부에 자극을 줘 피부노화, 알러지 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용기를 재사용해 물세제를 담고 있다. /사진=최현민 수습기자

주방용˙세탁용 모두 사용 가능한 물세제를 구입했다. 거품 없는 물세제는 국내산 식품첨가물로 만든 100% 미네랄 워터로, 오염과 세균을 분해해 세탁과 세정, 살균 등의 효과가 있다. 리유저블(재사용) 통에 판매하기도 하지만, 용기를 들고 와서 용액을 담아가도 된다. 용량으로 계산한다. 500g당 9000원이다. 상점에 빈 병 몇 개가 있었다. 환경 보호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이 기부한 병들이다. 미리 세척해둔 병을 빌려 필요한 만큼 세제를 담아왔다.

구입한 물세제는 계면활성제가 첨가되지 않은 천연세제다. 일반 세제와 다르게 거품이 나지 않았다. 용액을 얼마나 넣어야 세척 효과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거품이 나는 것에 익숙해 있던 터라 눈대중으로 제대로 닦이고 있는지 틈틈이 확인해야 했다. 물세제를 활용해 손빨래도 했다. 물 없는 세제의 계량컵을 사용하면 계량이 용이하다. 물처럼 보이지만 고농축 용액이기 때문에 빨래가 많아도 1컵만 넣으면 된다. 계량컵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매우 소량의 양만 덜어 사용해야 한다. 친환경 물세제를 물에 희석해 식기류부터 아기용품뿐만 아니라 채소와 과일까지 세척할 수 있다.

 

▲아크릴 수세미 대체품, 친환경 수세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아크릴 수세미. /사진=인천일보DB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아크릴 수세미. /사진=인천일보DB

 아크릴 수세미는 미세 플라스틱 발생의 주범이다. 아크릴 수세미의 원료인 아크릴 섬유는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대표적인 합성 섬유다. 아크릴 수세미에서 떨어진 미세 플라스틱은 설거지 후에도 식기에 그대로 남아 우리 입으로 들어간다. 하천으로 흘러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이 먹이로 오인해 먹게 되고, 그 플랑크톤을 먹은 물고기는 우리 밥상으로 올라오게 된다. 아크릴 섬유는 때와 세균, 기름 등 오염물질을 흡착시키지만 배출하지 못해, 일정 기간 사용하면 오염된다. 면과 달리 삶아도 흡착된 오염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길게는 몇 개월 사용 가능하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아 반영구적인 쓰레기가 된다.

수세미 식물을 건조해 만든 천연수세미. /사진=최현민 수습기자

천연 수세미는 수세미 식물을 건조해 만든 것이다. 수세미가 마모돼 바다로 흘러가도 수질오염이 되지 않는다. 수세미를 쓰면 쓸수록 거품이 잘 나는 구조다. 물에 적시면 금방 부드러워진다. 까끌거리던 수세미에 물이 닿자 크기가 쪼그라들었다. 일반 세제를 사용해도 거품이 잘 났다. 기름을 흡수하지 않아 오래 사용 가능하다. 기름 묻지 않은 식기는 천연수세미만으로도 충분히 설거지가 가능하다.

 

▲플라스틱 칫솔 대체품, 대나무 칫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칫솔들. /사진제공=연합뉴스

플라스틱 칫솔은 복합 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칫솔은 자주 교체해야 하는 생활용품 중 하나다. 칫솔 1개가 썩는데 100년 이상이 걸린다. 1년에 한 사람당 보통 4~6개 이상의 칫솔을 쓴다. 칫솔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칫솔모와 칫솔 뒷면이 마모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모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은 그대로 체내에 흡수된다.

천연 향균성분이 포함된 대나무 칫솔./사진=최현민 수습기자

대나무 칫솔은 기존 플라스틱 칫솔과 다르게 생분해되는 소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칫솔모가 여전히 플라스틱이라는 한계는 있다. 주재료인 대나무에는 천연 향균성분이 포함돼 있다. 세균 번식 때문에 2달에 1번 교체하는 것이 좋다.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손잡이가 나무라 물이 마르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 칫솔 걸이를 활용하는 등 물기가 잘 마르도록 해야 한다. 대나무 칫솔이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었다. 손잡이를 잡을 때 촉감도 좋고 자연 그대로의 도구를 사용하는 느낌이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휴대용 친환경 칫솔 세트가 나오면 더 유용하게 활용할 것 같다.

 

▲일회용 마스크 대체품, 면 마스크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는 썩는데만 450년이 걸린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한국에서 생산된 마스크만 약 65억장에 이른다. 버려진 마스크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 또는 소각된다. 마스크의 주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은 썩는데 450년이 걸린다. 마스크의 끈 부분이 동물들에게는 올가미가 돼 다칠 수 있다.

빨아서 재활용할 수 있는 면 마스크./사진=최현민 수습기자
빨아서 재활용할 수 있는 면 마스크. /사진=최현민 수습기자

면 100%로 제작돼, 누구나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면으로 제작돼 수분과 땀 등 흡수력이 높고, 통기도 편해 착용해도 답답한 느낌이 덜 든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면 피부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면 마스크를 쓰면 공기가 잘 통해서 피부트러블도 덜 일어날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상점 ‘지구별수호대’ 김보민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아닌 경우가 많다"라며, "환경부에서 부여한 친환경 인증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무엇보다 구매한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소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현민 수습기자 palett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