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역사 기억하는 건 인간의 의무
▲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 김여정 지음, 그린비출판사, 192쪽, 1만3000원
▲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 김여정 지음, 그린비출판사, 192쪽, 1만3000원

제노사이드는 옛날 일이고 문명화·세계화된 세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이제는 생각해도 될까. 아직도 학살은 현재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학살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일이다.

김여정 작가는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에서 풍경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외면하는 진실을, 학살의 잔인함을, 남은 이들의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발로 전한다. 학살 피해자들이 사형당하기 전 걸었던 그 길을, 옥바라지하던 할머니가 걷던 길을 따라 걸으며 물집 잡힌 발을 계속해서 옮긴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도 한국전쟁 당시 목포교도소에서 실종된 오빠를 애타게 찾던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할머니가 살아생전 내내 그리워하던 오빠의 존재를 찾아 무작정 떠난 목포에서 깔끔한 아파트 단지로 변한 목포형무소 자리를 본다. 묘지는 시민공원이 되었고 학살을 기억하는 이는 동네에 하릴없이 앉아 부채질하는 노인들뿐이다.

우리는 정말 이렇게 과거를 소거한 채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인간으로서 최소한 우리는 자신의 현재뿐 아니라 자신을 만든 과거를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김여정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학살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일과 더불어 우리에게 인간의 의무를 묻는다. 제28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