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약초캐기로 생업을 삼는 산간 주민들이 많은데 예전에도 그랬었다. 김홍도의 그림에 약초를 지고 가는 장면이 보인다. 헐렁한 옷차림에 괭이를 어깨에 메고 등에 약초를 진 모습이다. 약초는 질환의 치료나 예방에 쓰이는 초목이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먹어보면서 치료작용이 시험되었을 것으로 인식된다. 남미의 페루 원주민들이 말라리아의 특효약으로 키니나무 잎을 이용했던 것이 오늘날 키니네가 되었으며 발한제로 쓰이는 센나잎은 서부유럽의 민간약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의 약초는 단군신화의 쑥과 마늘이 시초라 하겠다. 봄이면 논두렁 밭두렁에 쑥쑥 잘자라는 때문인지 쑥은 푸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쑥은 우리 겨레와 함께 해온 소중한 약초이다. 우선 식사하고 체했을 때 쑥만한 약이 없었다. 쑥으로 즙을 짜 한종지씩 마시면 잘 들었다. 공복으로 아침 저녁 마신다면 보약으로도 좋았다. 코피가 나거나 상처에 쑥을 비벼 붙이면 피가 멎었다. 몸 속에 있는 독기를 제거해 준다고 해서 말린 쑥잎으로 뜸을 떴다.
 익모초 또한 요긴한 약초였다.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에 익모초를 뜯어다 말리거나 고아 환을 지어 여축했다. 익모란 여성에게 유익하고 눈을 밝게 해준다는 뜻이요 특히 산후회복에 효험이 있다고 했다. 눈을 밝게 해준다 함은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눈의 충혈을 없애준다는 뜻이다. 민간에서는 여름철 더위를 먹어 식욕이 없고 열이 있을 때 생즙을 짜서 마셨다. 신장의 결석으로 인한 혈뇨가 있을 때도 효력이 있었다.
 지난 5일 개원한 농촌진흥청의 약용식물원에 300여종이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산야에는 유익한 들풀이 많이 자란다. 예전에는 민간요법으로 이용되었으나 지금은 이름 조차 낯설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꿀풀 사위질빵 질경이 익모초 따위이다. 약초의 약효는 땅에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 거의가 중국산이라 성분이 저하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식물자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식물원의 개원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