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부르는 기억 정충화 지음 달아실출판사 154쪽, 1만원

<꽃이 부르는 기억>엔 '식물시집'이라는 독특한 부제가 붙는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서 식물해설가로 일하는 정충화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 피고 지는 꽃과 나무에 관한 시편들로 구성됐으며 일종의 작은 식물도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인은 자신이 관찰한 꽃과 나무를 시로 형상화했을 뿐 아니라 직접 찍은 사진과 식물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붙였다.

속도의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는 삶 속에서 자연의 일부임을 미처 잊고 점점 병들어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주변 식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시집은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식물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얼마나 많은 식물이 우리에게 얘기를 건네주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정충화 시인
▲ 정충화 시인

정충화 시인은 “이번 시집은 내 인생의 암흑기에 희망의 빛을 비춰준 존재에게 깊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바치는 헌사다. 수록된 여든한 편의 작품에는 내 평생의 벗인 식물에 대한 우정 어린 감사와 삼십수 년간 짝사랑해온 대상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내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시에 이르는 길을 깨우쳐준 스승에 대한 내 곡진한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 “식물과의 인연을 삼십수 년이나 이어왔지만, 곳곳의 산과 들에서 만나는 풀과 나무의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설레고 행복하다. 지금도 식물 탐사를 하러 나설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삼십수 년을 만나고도 이런 감정이 한결같이 유지되는 존재가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라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1959년 전남 광양군에서 태어났다. 2008년 계간 <작가들> 신인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저서로 시집 <누군가의 배후>, <봄 봐라, 봄>, 시화집 <환몽>(공저), 산문집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를 펴냈다. 제7회 부천신인문학상을 받았다. '빈터'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