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고 싶다' 마음 쑥쑥 자란다

안산보통공립학교 91명 학생으로 시작
1933년 화정간이→1947년 화정국민학교
1994년 선부동 학교 이전 … 폐교로 방치

10년 지난 2004년 영어마을로 추진
잔디운동장·이국적 건물로 리모델링
2007년 운영…2011년 비영리 전환
안산대가 10여년간 공모 통해 선정
▲ 안산 화정영어마을 전경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가 주민들을 따라 붐비는 시가지로 자리를 옮긴 후 남은 자리에 안산시 전체 학생들의 교육기관이 생겼다. 관무산 기슭에 있는 안산화정영어마을의 이야기다.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 519번지 일원에 있던 안산화정국민학교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의 식민지 교육정책에 의해 설립된 안산지역 최초의 초등교육기관 안산보통공립학교는 1915년 91명의 학생으로 시작됐다.

화정초등학교의 전신인 화정간이학교는 1933년 안산보통공립학교 부설학교로 설립됐다. 간이학교는 안산보통공립학교와 거리가 먼 안산 서부지역 학생들을 교육했다.

화정간이학교는 1945년 한국전쟁을 거쳐 1947년 화정국민학교로 승격했다. 이후 47년 간 학생들을 받았다.

그간 안산시는 도시화가 진행되며 산업단지가 생기는 등 인구유입이 많았다. 특히 1980년 인근 반월단지가 개발되며 안산시 선부동 인구수가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학생들도 많았다.

그러나 화정국민학교는 개발지역과 다소 거리가 있는 산기슭에 있어 학생 수 감소를 겪었다.

이에 화정국민학교는 1994년 64년간 머물던 화정동을 떠나 선부동으로 이전했다. 학교는 선부국민학교와 통합해 24학급 규모로 이전 재개교한다.

그렇게 우거진 숲에 둘러싸인 화정국민학교 건물은 고스란히 남았다. 뾰족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던 건물은 그대로 방치됐다.

▲ 안산화정영어마을이 개최한 영어연극 발표회
▲ 안산화정영어마을이 개최한 영어연극 발표회
▲ 안산화정영어마을이 개최한 '2019 스펠링비 콘테스트'가 열리고 있다.
▲ 안산화정영어마을이 개최한 '2019 스펠링비 콘테스트'가 열리고 있다.
▲ 안산화정영어마을에서 학생들이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있다.
▲ 안산화정영어마을에서 학생들이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있다.

폐교가 활용방안을 찾는 건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04년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던 '영어마을' 열풍에 안산시와 안산교육지원청 등이 안산시만의 영어마을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폐교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교육청은 건물을 무상으로 임대했고 안산시는 운영비와 리모델링비 등을 지원했다. 여기에 민간업체가 위탁을 받아 운영을 담당했다.

낡은 폐교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푸른 잔디 운동장과 농구장, 이국적인 건물을 가진 공간으로 바뀌었다.

리모델링을 마친 '안산화정영어마을'은 2007년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다 4년이 지난 2011년부터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비영리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안산대학교다. 안산대는 2011년부터 3차례에 걸친 공모에서 모두 선정돼 10여년간 화정영어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안산대학교는 안산지역 교육격차해소와 보편적 교육, 공교육의 보완이라는 목적으로 화정영어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안산화정영어마을 원장이자 안산대학교 항공관광영어과 교수인 민진영 원장은 “안산대학교는 안산지역사회 교육에 대한 사회적 책무와 책임감을 완수하기 위해 주저함 없이 화정영어마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화정영어마을로 가꿔 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민진영 안산화정영어마을 원장

“화정영어마을 성공 비법, 비영리·지역사회 신뢰”

안산교육청 무상 건물 임대…안산대가 맡아
학생 교육료 1만원만 받아 시 재원으로 이용

▲ 민진영 화정영어마을원장
▲ 민진영 화정영어마을원장

“전국 곳곳에서 실패하고 있는 영어마을과 달리 화정영어마을이 성공한 원인은 비영리와 지역사회의 신뢰입니다.”

민진영 화정영어마을 원장은 23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영어마을의 성공비결로 지역과의 신뢰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 원장은 “영어마을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 전국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긴 많은 영어마을이 지금은 실패하고 사라진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주요 실패 원인은 영리를 추구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점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화정영어마을은 완전한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다”며 “유일하게 받는 돈은 학생들에게 상징성과 책임감을 주기 위해 받는 교육료 1만원인데, 이마저도 고스란히 안산시의 재원으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화정영어마을을 단순 안산대의 노력만이 아닌 안산시와 안산시교육청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영어전문교육기관'으로 소개한다.

민 원장은 “화정영어마을은 안산교육청이 무상으로 건물을 내주고, 안산시가 세워 안산대가 비영리로 운영하는 공공영어전문교육기관”이라며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보다 나은 프로그램 개발 등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마을의 강점으로 아이들에게 '학습 계기'를 심어주는 점을 강조한다.

민 원장은 “일각에서는 짧은 기간의 영어마을 체험이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무슨 도움이 되냐는 말과 함께 영어마을이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영어마을에서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영어를 통해 요리를 배우고 축구를 하고 각종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마음속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영어공부에 대한 계기를 만들어주면 학교나 사회에서 영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된다”고 했다.

또 그는 영어마을의 중요한 과제로 '지역사회의 신뢰'를 꼽았다.

민 원장은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의미가 없다”며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역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화정영어마을은 'it's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안산지역의 공공영어전문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안산화정영어마을을 '대한민국 최고의 영어마을'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요리·체육·미술·연극…모든 체험은 영어로 통한다

안산 초등학교 55곳 5학년 대상 단체 진행
학교 방문·방학·토요 프로그램 등 풍성
중고교 온라인 수업…성인 영어회화 지원

▲ 화정영어마을 학생들이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화정영어마을
▲ 화정영어마을 학생들이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화정영어마을

안산화정영어마을은 교육을 진행하면서 '영어'를 도구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일반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 대부분을 영어마을에서 받을 수 있다.

안산화정영어마을의 주요 프로그램은 관내 55개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단체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체험실을 이용해 요리와 체육, 미술, 연극, 독서 등의 수업을 영어를 통해 배운다. 주로 체험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은 재미를 더해 학습자에게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와 영어습득에 대한 흥미를 유도한다.

프로그램은 공간과 시간적 문제상 1년에 3400명으로 수강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기간이면 2~3일만에 한해 신청이 마감될 정도다.

영어마을은 학교방문 프로그램과 방학 프로그램, 토요 프로그램도 정규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교방문 프로그램은 영어마을 원어민 교사가 안산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찾아가 특기적성교육, 진로탐색교육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방학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방학 기간을 활용해 2박 3일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번 새로운 주제의 신규수업을 개발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문화를 체험하고 인도 카레를 만들고, 몸과 빛으로 미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체험 등을 한다.

▲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안산화정영어마을
▲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안산화정영어마을

토요 프로그램은 학기 중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세계의 다양한 축제와 관련된 주제로 영미권 문화를 배우며 영어말하기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안산화정영어마을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은 방과 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며, 영어회화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또 해외 각국의 학생과 온라인으로 서로 대화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성인들의 영어회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카페에서 소규모 스터디 그룹을 운영해 사회이슈와 일상회화를 영어로 토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화정영어마을은 안산시어린이영어연극발표회, 다문화캠프, 스펠링비 콘테스트, 영어 뮤지컬 공연, 안산시영어팝송페스티벌 등을 열어 안산지역 영어교육의 질 향상을 노리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