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네덜란드를 의미하는 영어의 접두어 「더치」는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더치 골드」는 모조금박 「더치 엉클」은 심하게 꾸짖는 사람이거나 불평꾸러기를 뜻한다. 「더치 컴포트」는 별로 고마울 것 없는 위로이고 「더치 콘서트」는 혼성합창의 뜻이면서 불협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치 페이」는 남에게 대접을 잘하는 네덜란드인들의 좋은 습관에서 비롯되었는데 차츰 음식값은 먹은 각자가 부담한다는 의미로 바뀌었다고 한다. 비슷한 것으로 「더치 런치」 「더치 파티」가 있으나 사실 한 상에서 즐겁게 음식을 나누고 추렴하듯 돈을 걷어 음식값을 치른다는 것은 어쩐지 부자연스러우니 본래는 역시 좋지않은 의미였을듯 하다.
어쨌든 우리에게 더치 페이는 안 어울린다. 친지들 간에 회식이나 술자리를 같이 하고 계산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우리식이다. 좋게 보면 인사성 밝고 인심이 후하다고 하겠는데 그것은 허세요 허풍이기 쉽다. 그런데도 서로 내겠다고 싸우듯 유난을 떨거나 중간에 화장실에 간다며 일어나 슬며시 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 어느틈에 대동한 운전사가 지불하기도 한다.
하긴 96년 가을이던가 한 사회단체의 각급교생 소비의식 조사에서 더치 페이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보도된 일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 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이 좋다는 반응이 85.5%였다고 해서 기특하게 여기는 듯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소년들이니 그랬으리라는 느낌도 든다.
더치 페이는 바람직한 생활습관이다. 수원시 공무원들의 공직자상 정립 결의에 더치 페이가 첫째로 꼽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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