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부터 강화조력발전소 등
지역사정 고려 안 한 약속 수두룩
전면수정…'없던 일'도 부지기수
바람이 분다. 선거라는 돛은 풍향에 따라 오른쪽, 왼쪽으로 쏠린다. 중간쯤 결과는 요즈음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공약은 유권자 선택의 바로미터이다. 참신한 인물을 찾기 힘들고, 정치권의 정책 대결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우리 동네 대변인·으뜸 일꾼을 뽑기 위해서는 공약만큼 판단 기준을 세울 게 별로 없다. 그러나 꼼꼼하게 공약을 살펴봐야 하는 유권자의 노력은 방대한 분량과 엇비슷한 공약들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 여기에 선거 때 반짝하던 지방의원 공약은 임기 끝까지 숨죽여 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선거 후 공약을 뜯어고친다거나, 모호한 공약평가단(?)에 따라 공약이행률이 완성된다.
전국에 우후죽순 차이나타운 건설붐이 일었다. 그러나 역사성을 외면하고 '관광'만을 염두에 둔 중국 정책이라는 반발과 중국과 사이가 멀어지며 국민 반감이 더해졌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1883년 일본 조계지 설치 이듬해인 1884년 지정된 청나라 조계지가 뿌리다. 우리 땅에 각국 열강이 자기 땅이라 줄 긋고 도륙한 땅이 조계지이다. 인천 차이나타운과 월미도, 연안부두를 이어 중국 관광특구로 개발하자는 공약이 발표됐다. 인천시장 공약이다. 인천 내항재개발이 중국 특구화될 운명에 놓였지만, 낙선으로 이 공약은 공중분해 됐다.
더 황당한 공약은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에 따르면 A시장 후보는 공약으로 올림픽 유치를 발표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준비로 재정난이 가중됐음에도 대회 10년 후인 2024년에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며 공약의 첫 장이 채워진 것이다. 2002년 아시안게임 개최 즈음 부산 또한 2020년 올림픽 유치를 계획했다. 그러나 대회 후 심한 행·재정적 내홍을 겪으며 올림픽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B시장 후보는 갯벌 파괴의 주범으로 알려진 강화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공약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과 함께 부상 후 탄핵으로 신기루가 된 동북아개발은행 유치를 약속했다. 올림픽, 강화조력발전소, 동북아개발은행 등이 공약(空約)이 돼 천만다행이다.
이밖에 재정난이라며 과거 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음에도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1조원 펀드를 조성하겠다', '구도심을 재생할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인천장학기금의 천문학적 액수를 약속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4년 임기가 끝나지 않아 공약이행을 가늠할 수 없는 민선7기 박남춘 현 인천시장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로부터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중 공약이행률이 높게 평가됐다. 아직 박 시장 공약의 핵심인 '서해평화협력경제특구'은 한 발도 못 나갔다. '인천'에 맞는 공약이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 공약이 앞뒤를 받쳐주지 못한다면, 남북관계가 훈풍을 만나도 성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인천시장과 인천시교육감, 10개 군·구청장 공약은 시민단체 감시와 각 기관 누리집을 통해 공약 내용과 이행·성과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광역·기초의원 등 지방의원 공약이다. 임기 4년간 공약 추진 과정을 살펴볼 수 없다. C 인천시의원은 “공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방의원이란 신분 한계와 행정조직의 지원 미흡, 의정활동까지 더해지며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주영·이창욱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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