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護國)은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애쓰고 목숨을 바친 분들의 공훈에 보답하는 것을 호국보훈(護國報勳)이라고 한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맞아 죽을 각오, 얼어 죽을 각오, 굶어 죽을 각오로 투쟁했던 항일 독립군은 새삼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우리 역사에서 외세의 침략에 맞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낸 예는 무수히 많다.

1866년에는 프랑스 군대가 침략하여 강화성을 점령하고 외규장각 도서를 포함한 여러 서적과 무기, 보물 등을 약탈했다. 이에 맞서 조선군은 문수산성, 정족산성 등에서 프랑스군을 공격하여 끝내 격퇴했다. 역사는 이를 병인양요로 기록하고 있다.

1871년에는 미국 군대가 강화도에 침공하여 강제 개항을 시도하다가 조선군과 군사적 충돌을 일으켰으니 이것이 신미양요다. 광성보 전투에서 조선군은 전멸하기까지 결사항전으로 맞섰다. 지금도 광성보에는 그 때 전사한 용사들의 묘가 하늘을 우러르고 있어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외세와의 싸움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쳐 싸운 역사야말로 참다운 호국의 역사다.

해마다 6월이면 호국보훈을 강조하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관련 내용이나 행사가 6_25전쟁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다가도 6월만 되면 또 다시 대결 분위기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이른바 '미국의 도움으로 북한군에 맞서 나라를 지킨 것'이 호국의 전부인 것처럼 언론에서도, 각종 행사에서도 부각된다. 6_25전쟁이 동족상잔의 전쟁이라고 한다면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하루빨리 화해하고 통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과 북의 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분단 때문이다. 분단은 왜 되었는가? 통일된 나라를 세우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던 민족지도자들을 암살하면서까지 남한만의 정부 수립을 획책하고,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제주도민을 대규모로 학살하면서까지 이 땅에 끝내 친미 정권을 세운 미국 때문이다. 미국이 간섭하지 않았다면 분단도 없었고 전쟁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과 미국과의 악연은 그 역사가 깊다. 신미양요는 제쳐놓더라도 미국은 1905년 일본과 밀약을 맺어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 통치를 묵인하기로 했다. 따라서 우리 민족에 대한 일제의 강점에 있어서도 미국은 공범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 미국은 동맹이라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실은 외세일 뿐이다. 한반도 평화를 방해하는 외세다. 지난 2018년 남과 북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조치들을 황급히 막아선 한미워킹그룹만 보더라도 미국은 동맹이 아니라 한낱 외세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반도를 강점했던 일제나 다름 없는 외세다.

일제 치하에서 일본의 시각에 오염된 눈으로 보면 일본이 이웃으로 보이고 독립군이 폭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해방된 나라에서 제대로 된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서 미국의 시각으로 보면 동족도 적으로 보이고 외세가 동맹으로 보일 수 있다. 광화문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미래의 통일된 나라에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무엇이 옳은지 명확해질 것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호국은 외세와의 싸움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 민족을 분단시켜 전쟁을 유발하고 평화를 이루지 못하도록, 통일하지 못하도록 이 나라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 놓는 미국에 대해 항거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호국이다.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