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진심인 저는 유민이에요

▲까탈스러운 스타? 털털한 카페 사장!
K-팝 한류 이끈 그룹 NRG 출신 인기 가수
아내 권유로 커피 공부…매력에 빠져 도전
연예인보다 단골로 행복한 영락없는 사장님

▲10년 차 커피 전문가
직접 로스팅 하며 개발한 특색 있는 커피로
전국 7개 매장 운영…사업가로도 인정받아
앞으로도 다양한 생두로 새메뉴 선보이고파

▲지역사랑 넘치는 인천시민
2년 전 계양에 첫 둥지…따뜻한 인심에 반해
지금은 카페희망 청년 지원하는 재능기부도
방송인·바리스타·시민으로 소통 이어 갈 것

1990년대 아이돌 출신은 꽤나 까탈스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10대에 데뷔해 큰 인기를 누렸던 스타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K-팝 한류 원조로 불리는 보이그룹 NRG 출신 노유민씨는 무척이나 소탈했다.

NRG는 지난 1997년 10월 데뷔해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그룹이다. 당시 NRG멤버 중 한명으로 그룹 인기를 견인했던 노유민씨가 이제는 인천에 정착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커피를 사랑하는 바리스타로, 맛있는 커피를 선보이는 사업가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재능 기부자로 인천에 뿌리내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란 이름을 벗어던지고 꾸밈없이 털털한 카페 사장이 된 노유민씨를 만나봤다.

▲새로운 도전, 바리스타

이제는 방송인에 앞서 갖게 된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바리스타 노유민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카페를 단순히 운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맛과 향을 담은 커피를 선보이는 이른바 커피 전문가가 됐다. 노씨는 10년 차 바리스타다.

그가 운영 중인 인천 서구 원창동 카페 '노유민코페S'에서는 색다른 이름의 커피들을 만날 수 있다. 아메리카노만 해도 단순한 아메리카노가 아니다. 원두 종류에 따라 향과 맛이 모두 다르다. 기자에게 권한 그의 커피는 아메리카노 트와일라잇이다.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꽃향기가 느껴지는 허브티 같은 커피, 핑크빛이 감도는 커피 등 핑키파이와 래리티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들 커피 이름은 모두 자녀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다.

노씨가 커피를 배우게 된 건 지난 2011년이다.

“아내가 커피를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을 했어요. 사실 처음에 시큰둥했고요. 그런데 막상 배워보니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의 제가 있게 됐습니다. 같은 원두라고 해서 다 같은 맛이 나는 건 아니에요. 커피 맛이란 로스팅 방법에 따라, 숙성 정도에 따라, 물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르지요. 하물며 날씨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바로 커피에요. 변화무쌍한 커피 매력에 벗어나기 힘들더라고요.”

그는 원두를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맛이 나올까 기대하기도 하고 균일하게 잘 볶아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도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이제 노씨에게 즐거움이 됐다. 노씨는 그의 카페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며 맛을 관리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인천 서구 원창동 카페 '노유민코페S'에서 연예인 노유민은 없다. 커피 로스팅부터, 주문, 커피 내리기 등 모두 그의 몫이다.

“카페는 저에게 아주 특별한 곳이 됐어요. 옛날 NRG 활동 시절에는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피해 다녀야 했어요. 과격하게 다가오시는 분들도 많았고, 제 개인 생활이라는 게 없어서 힘들었죠. 하지만 이제는 카페가 오히려 대화 창구가 됐어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제 커피를 사랑해 주시는 단골손님들도 생기고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인천에서 시작되는 제2의 인생

노유민 씨는 이제 인천 사람이다. 2년 전 인천 계양구에 둥지를 튼 그는 인천이라는 도시 매력에 빠져 있다.

“이전에는 사실 인천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인천은 정말 다른 도시와 달리 정이 많은 곳이에요. 손님들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 사실 다른 지역의 경우 연예인이 하는 카페라서 그런지 갑질 아닌 갑질을 겪을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천 분들은 모두 가족 같아요. 로스팅하며 혼자 밥 먹는 제 모습을 본 어떤 손님은 도시락을 가져다 주시기도 하고요. 카페를 예쁘게 장식하라며 꽃을 선물해주시는 단골손님도 있어요. 주말에는 가족들이 모두 커피를 마시러 오시기도 하죠. 제 팬이 아닌 일반 손님들이 이렇게 격려해주시는 건 사실 처음입니다.”

노씨는 인천을 포함해 서울, 경기, 강원도 등에 모두 7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사업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이지만, 인천에서는 특별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인천서구지역자활센터에서 그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센터가 운영하는 '청년자립도전사업단'에서 바리스타 교육과 커피 세팅 등을 알려주며 카페 운영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 참여자를 대상으로는 자신의 카페에서 한 달에 1명씩 인턴십도 진행 중이다.

“인천 서구 원창동에 카페를 만들다 보니 여러 허가 문제로 구청에 드나들 일이 많았어요. 저를 알아보시고 재능 기부를 부탁하시는데 거절할 수 없었어요. 저보다 어린 청년들을 만나 하나하나씩 업무를 가르쳐 주고 소통하는 과정은 큰 보람입니다. 저와 함께 한 친구들이 여기를 떠나서 어디를 가더라도 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천 사람과 인천이라는 동네가 좋다는 그는 인천에서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인천이라는 동네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요. 서구를 중심으로 제힘이 닿는 데까지 인천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계속되는 도전

노유민씨는 바리스타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도전 중이다. 트렌드에 떨어지지 않는 커피를 개발해야 하고,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생두도 찾아 분석해야 어느 누구보다 빨리 새로운 맛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과학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노유민코페S'에서만 만날 수 있는 커피를 많이 내놓고 싶은 욕심도 크다. 자신만의 커피로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위로받고, 여유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노유민씨는 제1의 직업이 된 바리스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도 다양한 방송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방송이라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바리스타로, 방송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겠습니다. 가수 출신답게 음악 프로에서도 여러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인천 사람이 된 저를 인천 분들이 많이 응원해 주세요. 카페도 많이 찾아주시고 방송에서도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사진제공=노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