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남북교류 한계 극복, 지속성 갖는 근거 마련
▲ 인천시가 지난해 9월 ‘2020 서해평화 특별기간’을 맞아 시청 국기게양대에 서해5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2000년 6월15일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나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이 모두 21년 전 선언으로 시작된 변화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였다.

그 이후 인천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4·27 판문점선언'으로 이어진 한반도 평화의 흐름에 동참했다. '동북아 평화번영의 중심도시 인천'을 시정 목표로 내건 민선7기 인천시는 '평화도시 조성을 위한 조례'를 개정하고, 조직 개편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담당관실도 신설했다. 2019년에는 통일부 대북사업자로 지정돼 독자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기반도 마련했다.

접경지역인 인천시는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걸음을 내디딘다. 향후 5년간 평화 정책과 남북 교류의 근간이 될 '인천시 평화도시 조성 기본계획(2021~2025)'에는 평화도시로 나아가는 비전이 집약됐다.

인천시는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은 15일 '인천시 평화도시 조성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평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대북정책 추진 방향과 구체적 사업을 담은 기본계획에 세워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와 한반도를 잇는 평화도시, 인천'이라는 비전과 4대 전략·원칙으로 짜인 이번 기본계획은 서해평화특별기간 운영, 한강하구 공동 이용, 황해평화포럼 등 18개 세부 사업이 뼈대를 이룬다. 시 남북교류협력담당관실 관계자는 “지방정부의 남북교류, 한반도 평화 정책이 남북관계로 부침을 거듭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성을 갖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여간의 연구, 민관 협력 결과물

평화도시 조성 기본계획은 2년여간의 연구와 민관 협력의 결과물이다. 출발점은 지난 2019년 인천연구원이 시정밀착형 과제로 추진한 '남북 평화협력시대 평화도시 인천 비전 및 전략 연구'였다. 이를 토대로 시는 지난해 2월 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경색된 남북관계와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반영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장기화는 기본계획 초안에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데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시 남북교류협력담당관실은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발맞춰 기본계획을 가다듬으면서 방역지침을 준수한 간담회, 비대면 방식의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수정안을 마련했다.

5차례에 걸친 시의회, 전문가, 시민사회, 유관기관과의 협의·자문도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달 시 평화도시조성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 박남춘(왼쪽) 인천시장이 지난 11일 시청 중앙홀에서 ‘평화통일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박남춘(왼쪽) 인천시장이 지난 11일 시청 중앙홀에서 ‘평화통일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지역 특성 살린 인천형 남북교류

이날 공개된 기본계획의 목표는 '평화 정착, 남북 화합의 중심도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천형 남북교류 △시민들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평화 △접경지역 평화 협력 강화 △평화 의제의 국제적 확산 등 4대 전략도 세워졌다.

우선 인천형 남북교류사업은 지역적·역사적 특성을 살려 단계적인 교류를 다지는 데 중점을 둔다. 민간 참여와 민관 협력을 통해 교류사업을 다변화·내실화하는 방향도 구상됐다.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긴급 구호가 대표적이다. 접경지역 공동 방역 체계를 구축해 코로나19, 아프리카 돼지열병, 말라리아 등 보건환경 대응력 개선에도 힘을 모은다. 강화·개성의 고려 유적 보존 협력, 접경수역 분쟁 해소를 위한 어족자원 공동 조사도 추진된다.

시민들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평화 과제로는 서해평화특별기간 운영이 제시됐다. 시는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 등 각종 행사와 한반도기 게양, 지역사회 차원의 전시·토론회 등으로 평화도시로서의 가치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평화·통일 공감 형성사업도 추진된다. 시민 공모사업과 평화 교육·관광 콘텐츠 제작 등으로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접경지역 평화 협력을 강화하는 사업들도 진행된다. 한강하구 공동 이용은 생태·환경 통합 관리 측면에서 접근되고 있다. 남북 협력의 평화 공간으로 기대를 모으는 한강하구 인접 지자체와의 공동 프로젝트도 발굴·추진된다. 지난 2018년 9월 군사분야 합의서에 의한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 주변 수역을 남북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한다. 시는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가칭 '남북어로구역관리사무소'를 서해5도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했다. 입법 과제로 떠오르는 '서해5도 평화기본법' 제정에도 협조할 방침이다.

평화 의제를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황해평화포럼'도 운영된다. 학계와 관계기관 전문가 등 69명으로 구성된 포럼은 환황해권을 아우르는 국제학술회의 등 국내외 협력 활동에 나선다.

 

▲“남북공동선언 정신 이어가겠다”

시는 이번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인천이 남북 화합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핵심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에 기초해 해마다 추진계획을 점검하고 실행력을 높일 방침이다.

특히 시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방정부 역할이 커지는 추세에 발맞춰 다른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통일 공감대 형성, 접경지역 연구, 시민사회단체 지원에 집중한다. 남북교류사업도 발굴하면서 평화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단절을 협력으로, 슬픔을 희망으로 바꿨던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가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인천시청. /사진제공=인천시
▲인천시청. /사진제공=인천시

 


 

환황해경제벨트·서해평화협력지대

인천, 평화 중심도시 중요역할 기대

▲ 박남춘 인천시장이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은 지난 4월27일 한반도 평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박남춘 인천시장이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은 지난 4월27일 한반도 평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평화도시로서의 인천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환황해경제벨트'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담긴 환황해경제벨트는 수도권과 개성공단, 해주, 남포, 평양, 신의주로 연결되는 서해안 경협벨트와 중국 환발해경제권을 중심으로 한다. 첨단 제조업과 물류 중심의 경제벨트로 중국 주요 도시와도 일일 생활권의 교통망을 이루는 산업·물류·교통 사업이 골자다.

환황해경제벨트가 실현되면 인천은 서울·개성·해주를 잇는 소삼각 경제와 개성·해주·남포·평양으로 연결되는 한반도 거대 수도권 경협을 위한 시작 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보한다. 한발 더 나아가 환황해경제벨트가 중국 동부 해안 도시와 이어지면 남·북·중 초국경 경제협력의 중심도시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인천시는 설명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는 지난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의 합의 사항이다. 서해평화협력지대는 △남북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해주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으로 구성된다. 시 관계자는 “2018년 판문점선언은 10·4 선언 합의 사항들을 우선으로 추진한다고 돼 있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합의를 승계한다”며 “향후 남북 합의사항 이행을 통한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실행 과정에서 글로벌 인프라를 갖춘 인천은 평화 중심도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