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6·2 지방선거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조용하다. 여야 정치권의 비방과 경쟁은 가열되고 있으나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은 극히 저조하다. 이번 지방선거의 각별한 중요성을 감안해볼 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지방선거에 이토록 무관심한 이유는 각종 사회적 불안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생존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정신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동안 누구를 찍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정치 일반에 대한 불신이 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 사회의 구태의연한 정치행태가 주된 원인이 아닐까 한다.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공약(空約)을 남발해대는 후보들, 정책대결은 사라지고 오직 인맥과 조직만이 판을 치는 선거전략, 또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선거판.
교육감 선거와 교육의원 선거는 더 심각하다.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출마자들은 하소연한다. 이 같은 무관심은 최초로 실시되는 '1인8표제'에 따른 혼란 속에 교육선거가 정치선거에 파묻힐 것이란 당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현행 선거법에 의한 공식 선거운동기간은 지난 20일부터 6월1일까지 정확히 13일간이다. 이 13일이라는 기간 내에 후보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 유권자들은 이 짧은 기간 내에 도지사, 교육감, 도의원, 시장, 군수, 교육의원들의 신상과 정책과 철학을 파악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러니 후보자들도 올바른 정책을 개발하는데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평소 대소사 잘 챙기고, 동창회 잘 참석하고, 각종 단체에 최대한 많이 소속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얼굴 많이 알리는 것을 최상의 선거전략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등 민감한 일정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풍'과 '북풍'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나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46명의 생명을 앗아간 원인이 보는 이에 따라서는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줄 수가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단순히 과거의 한을 풀기 위해서나 어떤 적개심을 표출하기 위해서 투표장에 나가서는 안된다.
1987년 이후 한국사회는 무수한 선거를 치러왔지만 특정사건이 판 자체를 뒤흔든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보다는 당시 사회흐름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결과를 좌우해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현재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를 유권자가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노풍이나 북풍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이고 교육감 선거에 대한 부동층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지후보가 없다'거나 '모른다'는 응답률이 유권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지금부터라도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차근차근 챙겨보고 과연 누가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할 사람인지와 아이들의 장래에 누가 더 많은 도움을 줄 사람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느 후보가 도덕성을 갖추고 있고, 전문적인 식견과 창의적 리더십을 지니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6·2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유권자들의 관심과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별다른 생각 없이 '묻지마 투표'로 후보를 결정하면 민의는 왜곡되고 지방자치는 망가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지역 주민들의 부담으로 되돌아 오기 때문이다.
/이기영경기본사 제2사회부 부국장